"저금리가 주택 투자 늘리지 못하는 시점 왔을 수도"
주요국 주택시장 동반 위축…가격 상승률 둔화
세계 경기가 둔화하면서 주요국 주택시장이 동시에 위축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자료를 인용해 18개국의 주택투자 규모가 작년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가장 긴 감소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추산한 작년 3분기 세계 23개국의 주택가격 역시 1년 전 대비 1.8% 상승에 그쳤다.

부동산 정보 업체 나이트 프랭크가 집계한 작년 3분기 45개 대도시의 상위 5% 고급주택 가격도 전년 대비 1.1% 오르는 데 그쳤다.

나이트 프랭크의 조사 대상 도시의 고급주택 가격 중에선 서울이 작년 동기 대비 12.9% 내려 낙폭이 가장 컸고, 캐나다 밴쿠버(-10.2%)와 뉴욕(-4.4%), 런던(-3.9%) 등도 비교적 하락 폭이 큰 편이었다.

주택 시장의 위축은 세계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과 홍콩 시위 등으로 불확실성이 가세하면서 부동산 투자심리가 냉각된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히지만, 각국의 부동산 규제 강화도 원인 중 하나다.

실제로 밴쿠버는 2016년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15%의 특별세를 부과한 데 이어 2018년에 세율을 20%로 상향했으며, 한국도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를 강화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주택투자가 위축되면서 2017∼2019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3%포인트가량 끌어내린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주택가격의 안정은 실수요자의 구매 여력을 높이고 부동산 거품을 줄이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댈러스 연준 소속 이코노미스트인 엔리케 마르티네스-가르시아는 많은 국가에서 주택값이 소득보다 빠르게 상승했지만, 금융위기 이전 만큼은 아니라면서 초저금리에도 주택값 상승률이 둔화하는 데 대해 "장기금리 하락이 더는 주택투자를 늘리지 못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