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온라인을 통해 놀이공원 등 입장권을 예매하면 종이 바우처를 따로 출력해 가야 했다. 매표소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거나, 바우처를 분실하는 등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온라인을 통한 예매 활성화가 더뎠던 이유다.

여행·레저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인 플레이스엠이 등장하기 전까지 얘기다. 이 업체는 2014년 에버랜드 온라인 판매업체로 선정되면서 편리한 서비스로 금세 주목받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에버랜드 입장권을 예매하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전송해 준다. 입장할 때 QR코드를 보여주면 입장권과 동일하게 처리된다. 플레이스엠이 개발한 ‘퀵 패스’다. 티켓 관리와 예약 관련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대신 플레이스엠은 온라인에서 에버랜드 상품을 공급할 권리를 갖는다. 플레이스엠은 여행·레저시설 1124곳에서 이렇게 확보한 상품을 옥션, 야놀자, 여기어때 등 554곳의 판매 채널에 공급하는 ‘도매상’ 역할을 하고 있다.
여행·레저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업체 ‘플레이스엠’의 송재철 대표가 사업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플레이스엠 제공
여행·레저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업체 ‘플레이스엠’의 송재철 대표가 사업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플레이스엠 제공
국내 1위 여행·레저 B2B 플랫폼

첫 시작은 국내 최초 펜션 예약 플랫폼이었다. 송재철 대표는 2002년 ‘펜션라이프’를 선보였다. 일본에서 활성화된 개인 펜션 시장이 국내에서도 커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당시 펜션 예약시스템은 초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예약하겠다고 하면 해당 날짜에 남은 방을 확인한 다음 예약 전화를 하는 식이었다.

송 대표는 “개인이 운영하는 펜션은 실시간 예약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펜션 예약을 대행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을 만든 게 시작”이라고 말했다.

펜션에서 시작해 다루는 상품군을 점차 확대해 나갔다. 하이원, 피닉스 등 리조트를 비롯해 에버랜드, 한국민속촌 같은 관광 시설, 지역 축제와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티켓도 온라인 판매 채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해 제주닷컴을 인수하면서 상품의 종류와 지역을 모두 넓혔다”며 “제주 지역 숙박, 음식점, 렌터카 등 상품 취급 범위가 늘면서 시너지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개별 여행객 증가 호재”

다양한 여행·레저시설이 플레이스엠을 판매 채널로 활용하는 이유는 온라인 상거래 활성화로 플랫폼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수백 개가 넘는 플랫폼에서 들어오는 예약을 전산으로 처리하지 못하면 중복 예약과 같은 문제가 생긴다.

송 대표는 “예약을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수량이 정해져 있는 한정상품, 특가상품 등 다양한 마케팅을 할 수 있다”며 “다양한 플랫폼과 하나씩 계약을 맺을 필요 없이 플레이스엠과 계약하면 560여 개의 판로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고객 관리가 수월한 것도 플레이스엠을 찾는 이유다. 항공사 호텔 등 대형 사업자들과 달리 여행·레저업체들의 디지털 전환율은 4%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업체가 많고 국내 여행객을 중심으로 영업해왔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디지털 시스템을 활용하면 정산 절차 등에서 유리한 점이 많지만 비용 문제로 도입하지 못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라며 “플레이스엠의 시스템을 공급해 다양한 레저시설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여행시장이 활성화하고 해외에서도 패키지가 아니라 개별 여행객이 늘면서 플레이스엠을 통한 거래액도 증가할 것이라는 게 회사 전망이다.

플레이스엠을 거친 상품 거래액은 2016년 642억원에서 지난해 1332억원으로 두 배 증가했다. 송 대표는 “과거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관광을 왔던 해외 여행객들도 이제는 개별 상품을 온라인으로 선택해 예약하는 식으로 여행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중국, 태국, 대만 등 해외 판매 플랫폼에서도 상품 공급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