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검역 이어 '2차 방어벽'인 의료기관서도 못 걸러내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3번 환자에 이어 4번 환자도 공항버스를 이용하고 병원에 가는 등 지역사회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나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4번 환자는 중국 우한에서 20일 귀국한 후 21일 감기 증세로 경기도 평택시 소재 의원(365연합의원)을 찾았으나 이곳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의료기관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로 우한 방문자 정보를 제공, 의료기관이 공항 검역망에 이어 '2차 방어벽'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질본에 따르면 당시 의사는 DUR로 우한 방문 정보를 확인하고 "우한에 다녀왔느냐"고 물었으나 환자는 "중국을 다녀왔다"고 답했다.

당시 콧물과 몸살 기운을 보여 의료기관에서는 감기 진료를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4번 환자가 병원 방문 외에는 자택에만 머문 것이다.

국내에서 확진된 환자 4명 중 병원에 가고도 격리되지 않은 건 4번 환자가 처음이다.

1번 환자는 공항에서 바로 격리됐고, 2번 환자는 자택에서 머무르다 보건소에 진료를 요청해 격리됐다.

3번 환자는 지인의 진료를 위해 성형외과에 동행했을 뿐 진료를 받진 않았다.

감염병 전문가 역시 '2차 방어벽'으로 불리는 의료기관에서의 선별진료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감기 증세로 병원을 방문했을 당시 걸러졌다면 접촉자가 훨씬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4번 환자의 접촉자는 172명이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사회 전파를 막으려면 2차 방어벽이 중요한데 취약점이 드러났다"며 "(여기서 막았다면) 바이러스 노출자와 노출 범위 모두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환자의 중국 방문력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새로운 '사례정의'를 알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새로운 사례정의에 따라 이날부터 질본은 중국 후베이성(우한시 포함) 방문자에 대해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중 어느 하나라도 확인되면 바로 의심환자(의사환자)로 분류해 격리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감염병 유입 환자를 조기에 차단해 격리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이날부터 사례정의가 바뀐 만큼 놓치는 환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