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은 상대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와 금을 사들였다. 매수세가 몰리면서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급락했다. 일각에선 우한 폐렴 사태 확산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 한국은행이 ‘깜짝 카드’로 기준금리 인하를 꺼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72%포인트 급락한 연 1.352%에 마감했다. 3년물 금리는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이날 연 1.324%로 장을 시작했지만 이후 약세를 보였다.

금값도 경기 불확실성 우려에 급등했다. 이날 KRX금시장에서 금 1g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120원(1.91%) 오른 5만9700원에 마감했다. 연초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급등했던 금값은 이후 진정세를 타는 듯했지만 돌발 악재에 다시 치솟았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주식시장 강세는 미·중 무역협상 1차 타결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가 이끌었다”며 “이번 사태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위축시키는 동시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폐렴 확산이라는 돌발 악재에도 올해 경기 회복 전망이 유효한 만큼 안전자산 랠리를 부추길 추가적인 금리 급락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봐야겠지만 우한 폐렴의 치사율은 3% 내외로 2003년 사스(9.6%), 2015년 메르스(34.5%) 때보다 낮고, 중국 정부의 감염병 통제력 및 전 세계 정부 간 공조도 강화됐다”며 “과거 글로벌 감염병의 충격이 단기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채권시장으로의 과도한 쏠림과 변동성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2월 금리 인하설’도 일부에서 흘러나온다. 3월에 금융통화위원회 금리결정회의가 없는 만큼 우한 폐렴으로 경기에 빨간불이 켜지면 2월 금통위에서 조기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한은은 사스와 메르스 사태 때인 2003년 7월과 2015년 6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렸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