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건 영입인재 자격반납, 김의겸·정봉주에는 불출마 우회 권고
민병두·이훈 정밀심사 예정…지역구 후보 공모 마감·하위 20% 설왕설래
'원종건 미투' 덮친 여당…'하위 20%'로도 술렁, 일부 이의신청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야심 차게 영입한 인재 2호 원종건(27) 씨에 대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로 대형 악재를 맞았다.

원씨가 미투 폭로가 나온 지 하루 만인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영입인재 자격 자진 반납을 선언하는 등 당은 이번 악재가 총선에 미칠 영향을 조기에 차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민병두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등에 대한 미투 폭로로 이미 여러 차례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2년 총선 때는 김용민 씨의 막말 파문을 제때 정리하지 못해 선거판 전체에 영향을 준 뼈아픈 기억도 있다.

원씨가 "올라온 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자격 반납과 총선 불출마를 결정한 배경에는 진실 공방이 총선까지 이어져 계속 논란이 될 가능성을 아예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깔렸다.

그러나 그간 호평을 받아 온 민주당의 총선 인재영입은 이번 논란으로 흠집이 났다.

'보안 유지'를 위해 소수 인재영입 실무팀만 정보를 공유해온 탓에 검증이 부실했다는 당내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인재영입과 관련해서는 지도부에도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

검증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일어나 굉장히 걱정이 된다.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영입인재 전반에 대한 검증 강화 방안과 앞으로 추가 발표할 영입인재와 관련한 당내 소통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종건 미투' 덮친 여당…'하위 20%'로도 술렁, 일부 이의신청
총선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민주당은 원씨 이외의 다른 '논란 인사'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투 폭로를 당했던 민병두 의원, 정봉주 전 의원과 사생활 문제가 불거졌던 이훈 의원, 부동산 투기 논란을 빚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이 그 대상이다.

김 전 대변인과 정 전 의원에 대해서는 당이 우회적으로 불출마를 권고했다.

공천 배제 등 강제적 방식보다는 권고와 설득을 통해 두 사람이 스스로 결단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고위전략회의 후 기자들이 '정 전 의원, 김 전 대변인의 결단을 간접적으로 요청했는가'라고 묻자 "요청이 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로부터 불출마를 통보받은 일이 전혀 없다.

오늘 후보 등록을 마쳤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의 검증을 통과한 적이 없는데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김 전 대변인의 예비후보 적격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계속심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김 전 대변인의 불출마 결단을 위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결정으로 사실상 '부적격 판정'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힘겹고 고달픈 시간이 연장됐다.

군산 시민만 바라보고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밝혀 당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검증위는 민병두 의원과 이훈 의원에 대해서는 공천관리위원회에 '정밀심사'를 요청했다.

검증위는 민·이 의원을 포함해 10여명의 예비후보를 공관위 정밀심사 대상으로 분류한 상태다.

공천 심사와 경선에서 불이익을 받을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당사자에 대한 통보도 이날 진행됐다.

설 연휴 전 사실상 당사자 통보가 이미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날 공식 통보 절차를 마치면 결과가 공개되지 않더라도 불출마를 선택하는 의원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공천관리위원회의 지역구 후보 공모가 마감되는 만큼, 공모를 신청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총선 출마를 포기하는 현역 의원도 나올 수 있다.

명단 공개 없이 원혜영 공관위원장이 직접 연락하는 방식으로 통보가 이뤄졌으나, 다선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하위 20%' 해당자 이름이 흘러나오는 등 하루종일 당이 술렁였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S의원, K의원, L의원, J의원 등이 '하위 20%'에 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충청권 다선 의원도 여럿 거론됐다.

지역구·비례대표 초선 의원도 명단에 포함됐다는 소문도 돌았다.

다만 이름이 거론된 의원들은 대부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하위 20%' 포함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한 의원은 "전혀 연락을 받은 바 없다"며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여러 차례 꼽혀 의정활동 점수가 하위 20%에 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원도 "공관위에서 받은 연락이 없다"며 "지역구를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하위 20% 통보를 받은 의원 중 일부는 이미 공관위에 이의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신청은 통보시점으로부터 48시간 안에 할 수 있다.

28일 통보가 진행됐으니 29일까지는 추가 이의신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은 '하위 20%' 의원 명단이 알려질 경우 해당 의원이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보고 철저한 보안을 유지 중이다.

근거 없는 '지라시'(각종 소문을 담은 정보지) 유포에는 법적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최근 의원들에게 '하위 20% 명단과 관련해 취재 등이 들어올 경우 긍정도 부정도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보안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종건 미투' 덮친 여당…'하위 20%'로도 술렁, 일부 이의신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