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우려로 안전 자산이 인기를 끌면서다. 금에 투자되는 자금이 많아지면서 가격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값 2000달러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4월물 가격은 온스당 1573.6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30일의 온스당 1518.60달러에 비해 3.6%가량 뛴 것이다. 금 선물 4월물 가격은 지난해 11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온스당 1450달러대를 나타냈으나 지난해 연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현재 가격은 2013년 4월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가 금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글로벌 투자 자금이 금과 같은 안전 자산에 몰리고 있다. 또 다른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인 27일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연 1.60%까지 떨어져 지난해 10월 10일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수익률과 채권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채권값이 오르면 수익률이 떨어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값이 조만간 온스당 2000달러 선을 넘길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금값 2000달러론은 지난해 상반기 국제 금값이 크게 뛰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금값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시장에서 종적을 감췄었다. 금값이 만약 온스당 2000달러를 기록하게 되면 2011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채무 위기 당시 기록했던 전고점(온스당 1900달러)을 뚫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사 블랑샤르앤드컴퍼니의 데이비드 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금값이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이고 가까운 미래에 20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 외에도 금값 상승세를 부추기는 요인이 여럿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CNN은 올해 국제 경기가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안전 자산 선호 기류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저금리 기조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등을 들어 이같이 설명했다. 올해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과 관련해 확실한 선두 주자가 없는 상황도 국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