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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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난해 1~11월에 역대 처음으로 101.0%로 역전됐다. 철강 자동차 전자 등 제조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비싸진 것이다. 대량으로 공급하는 데다 심야 전력을 많이 쓰기 때문에 원가가 훨씬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주택용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은 제조업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는 조치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5년만 해도 주택용의 절반 정도였던 산업용 전기요금이 비싸진 이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주택용에 대해서는 누진제 완화 등 지속적인 요금 인하에 나서면서도 집단 저항이 적은 산업용 요금은 올리거나 인하를 억제한 탓이다. 전기요금 체계에까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 몰아친 결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탈(脫)원전 등으로 인한 한국전력의 막대한 영업적자를 메울 카드로 산업용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에 미칠 악영향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분석한 각국 전기요금 체계를 통해서도 한눈에 알 수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은 미국 53.6%, 프랑스 55.9%, 독일 43.7%, 영국 62.5%, 일본 69.3% 등인 데 비해 한국은 87.1%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게다가 미국 중국 등은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몇 차례에 걸쳐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춰왔다. 정부가 ‘제조업 르네상스’를 외치면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국제 흐름과 반대로 가져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난해 전기 소비가 공장 가동률 하락 등 경기 부진으로 역대 처음으로 감소했지만, 향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큰 부담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전기차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전력수요 전망에도 역행한다. 국내 기업들의 한국 탈출을 부추길 뿐 아니라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도 부정적이다. 정부는 또 하나의 자해 정책이 될 전기요금 체계 왜곡을 즉각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