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당뇨병의 ‘30년 난제’로 불리는 비(非)침습(侵襲) 혈당 측정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피를 뽑지 않고도 레이저 빛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29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진은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새로운 혈당 측정법에 대한 논문을 게재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과 공동 연구한 이번 기술은 직접 피를 뽑지 않고도 레이저 빛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비침습 측정 기술이다.

당뇨 환자들은 대부분 손가락 끝에 피를 내는 침습 방식으로 혈당을 측정한다. 환자들이 매번 통증을 느껴야 하고, 번거롭기 때문에 1990년대부터 비침습 방식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꾸준히 연구돼 왔다. 하지만 채혈 없이 혈액 내 혈당 농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은 발견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라만 분광법’이란 기술을 적용했다. 라만 분광법은 레이저 빛을 물질에 내리쪼였을 때 물질 분자의 고유 진동에 의해 빛의 파장이 변하는 현상을 이용해 물질을 식별하는 측정 방식이다. 연구진은 비스듬히 기울인 빛을 피부 아래층에 도달하게 해 몸속 혈당의 라만 스펙트럼을 읽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비침습 신호 측정의 정확도 지표인 상관계수를 0.95(1에 가까울수록 정확도가 높음)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남성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마스터는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은 30년 난제로 불릴 만큼 어려운 기술로, 이번 연구는 실험적 증거와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비침습 혈당 센서 상용화까지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