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인구가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8만2700명)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수도권 인구(2593만 명)는 나머지 지방 인구(2592만 명)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서게 됐다. 2004년 ‘국가균형발전 3대 특별법’이 공포된 뒤 정부가 15년간 균형발전에 495조원을 쏟아부었음에도 되레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지방경기 침체…수도권 인구 유입 12년來 최대
지방 경기 침체에 ‘수도권行’

통계청은 29일 이 같은 내용의 ‘2019년 국내인구이동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지방 경제가 쇠락을 거듭해 일자리가 줄어들자 비수도권 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했다고 보고 있다.

통계를 들여다보면 ‘고용 위축→인구 유출→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지방 경기의 악순환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서울·인천·경기를 제외한 비수도권 14개 시·도 중 ‘직업’이 순유출 사유 1위를 차지한 지역이 여덟 곳에 달했다. 직업을 얻기 위해 거주지를 떠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인구 순유출은 주력산업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조선업 구조조정 영향을 받은 부산(-2만3000명)과 울산(-1만 명), 제조업 불황에 시달리는 대구(-2만4000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의 ‘약발’이 다한 것도 비수도권 인구 순유출의 원인으로 꼽힌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012년부터 시작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주춤했던 지방 인구 순유출이 다시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몇 년간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지방 이주로 비수도권 인구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동안에도 민간 부문에서는 인구가 계속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었다는 의미다.

전체 수도권 인구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지방으로 순유출됐다가 2017년 순유입(1만6000명)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8만2700명 순유입을 기록했다. 특히 경기도가 13만5000명의 인구를 빨아들였다. 서울도 전입자가 늘면서 순유출 규모가 전년(11만 명)의 절반 이하(5만 명)로 줄어들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몇 년 새 서울과 경기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수도권 인구 순유입이 계속 늘고 있다”며 “비싼 거주비를 감수하고서라도 일자리 사정이 나은 수도권으로 오려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구 이동은 47년 만에 최저

같은 기간 다른 읍·면·동으로 이사한 사람의 비율은 47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저출산·고령화와 경기 둔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단면이라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이동자 수는 전년보다 19만3000명(2.6%) 감소한 710만4000명이었다. 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를 뜻하는 인구이동률은 전년(14.2%)보다 줄어든 13.8%에 그쳤다. 1972년(11.0%) 후 47년 만의 최저치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동이 활발한 20~30대 인구가 줄어들고 60대 이상 고령 인구가 늘어난 데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이사 수요가 줄었다”며 “2018년 발표된 9·13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거래량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서민준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