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 인사가 29일 마무리됐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한경DB
삼성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 인사가 29일 마무리됐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한경DB
올해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등 삼성의 ‘중후장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유임됐다. ‘안정 속 세대교체’라는 기치 아래 젊은 CEO들로 사령탑을 바꾼 삼성전자와 금융 계열사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전자 출신이 금융을 비롯한 다른 계열사 사장으로 가던 인사 형태도 사라졌다. 대신 전자와 금융, 물산 계열로 나뉘는 삼성그룹 3대 핵심 사업의 전문가들이 연관성 있는 계열사 대표로 대거 중용됐다.
사라진 ‘삼성전자 DNA’ 확산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은 29일 현 CEO들을 전원 유임시켰다. 이날 인사로 바이오 분야를 제외한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마무리됐다. 이들 회사는 30일 임원 인사를 한다.

삼성물산은 ‘3인 대표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영호 건설부문 사장과 고정석 상사부문 사장, 정금용 리조트부문 대표(부사장)가 각 사업부문을 이끈다. 박철규 패션부문장(부사장)도 유임됐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과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신임을 받았다.

지난해 일부 사업의 실적이 나빠졌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임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의 CEO들은 모두 2018년 취임했다. 삼성 CEO들의 임기는 따로 없지만, 일반적으로 3년가량 재직한다.

삼성 관계자는 “조선과 건설 시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 해당 사업을 비교적 잘 이끌어왔기 때문에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을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출신이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는 관행이 사라져 중후장대 계열사 CEO들의 임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의 재무, 감사 전문가들이 삼성물산 리조트, 패션부문 사업 수장으로 옮기는 사례가 많았다. ‘삼성전자의 성공 DNA’를 다른 계열사로 확산시키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이런 관행이 줄어들기 시작해 올 들어 완전히 사라졌다. 전자와 다른 사업의 연관성이 떨어져 다른 계열사로 이동한 삼성전자 출신 임원들의 실적이 기대만큼 좋지 않아서다. 2017년 미전실이 해체되고 전자와 금융, 물산 등 3대 핵심사업으로 계열사를 재편한 영향도 컸다.

이재용 부회장과 동갑 CEO 탄생

삼성전자와 옛 미전실 재무통 출신의 단골 보직이던 금융 계열사 CEO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 채워졌다. 올해엔 삼성생명 출신들이 약진했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부사장), 심종극 삼성자산운용 대표(부사장)가 대표적이다. 1986년 삼성생명 입사 동기인 이들은 50대 중후반으로, CEO에 오르기 전까지 삼성 금융 계열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올해 승진한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과 금융 계열사 사장 중 유일하게 유임된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도 금융 전문가로 분류된다.

삼성전자에서도 분야별 전문성 있는 50대 CEO들이 중용됐다.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부회장)과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장(사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장(사장)으로 구성된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추진하려는 취지다.

새로 스마트폰 사업부문의 수장이 된 노태문 무선사업부장(사장)이 대표주자로 꼽힌다. 노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같은 1968년생이다. 이 부회장과 동갑인 삼성 CEO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50대인 김용관 삼성전자 부사장은 전동수 사장을 대신해 의료기기사업부장을 맡았다. 사장으로 승진한 전경훈 IM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은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공급과 관련해 주도권을 가져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삼성종합기술원장을 맡은 황성우 사장은 삼성의 대표적인 ‘기술 전문가’다. 2017년 11월부터 종합기술원 부원장을 맡으며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전자계열사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인설/김보형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