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메일 아니다' 통보…삼성 "사규 위반해 조치 취한 것"

삼성전자가 직원들이 받은 노동조합 가입 안내 이메일을 일괄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직원들의 사내 메일함으로 발송된 노조 가입 독려 이메일을 모두 삭제했다.

이메일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보낸 것으로 삼성전자와 경쟁사 'H'(SK하이닉스 추정)의 복지 혜택을 비교한 표와 "우리에게도 노조가 있습니다.

힘이 생기도록 가입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겼다.

이메일 삭제 직후 폐쇄형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노조 메일 삭제'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고, "지워졌다"는 내용의 댓글이 여러 건 달렸다.
삼성전자, 노조가입 독려 이메일 두차례 일괄삭제 논란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사규에 '회사가 제공하는 정보통신망을 업무 외적인 용도로 사용해선 안된다'는 내용이 있어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회사 측이 제시한 2017년 법원 판례엔 '단체협약 등으로 근로자에 자유로운 사용권한을 주지 않은 이상 내부전산망은 회사가 정한 목적과 방법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 진윤석 위원장은 "새벽께 보낸 메일이 점심께 삭제됐다"며 "회사는 업무 메일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노조 관련 사안을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진 위원장에 따르면 노조는 이달 6일에도 노조 가입 독려 이메일을 보냈으나 회사 측에 의해 삭제됐다.
삼성전자, 노조가입 독려 이메일 두차례 일괄삭제 논란
이에 지난 22일 회사 측에 항의 공문 보냈고, 현재까지 이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진 위원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메일을 보낼 계획이며 여러 수단을 통해 단호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안내 이메일을 보낸 제4노조는 삼성전자에서 처음 상급단체에 가입한 노조로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이상훈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부사장이 '노조와해' 의혹으로 법정구속 되자 사과문을 발표하고 '비(非)노조 노선' 포기를 시사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