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3D 프린팅 등 첨단 기술, 창작·제작자 경계 허물다
3차원(3D) 프린팅을 활용한 디자인에서는 간략한 스케치 혹은 이미지만으로 바로 조형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렌더링(2차원 이미지를 3차원 화상으로 만드는 그래픽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디자이너들이 예전에는 제작(프린팅) 과정의 어려움 때문에 정교한 스케치를 하는 데 집중했지만 이제 렌더링을 하듯이 제작하면 된다. 비용을 절감한 대가로 일부 디자이너는 콘텐츠 창작자처럼 저작권료를 받기 시작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창작과 생산이 통합되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구상권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팀장 등 대학과 정부, 기업 등에서 일하는 다섯 명의 전문가는 《디지털 시대의 메이커 교육》에서 디지털 시대의 제작 문화와 디자인이 처한 새로운 지형,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디자인-메이커 교육에 대해 다면적인 논의를 펼친다.

메이커, 즉 ‘만드는 사람’은 전통사회에서는 창작자(디자이너)와 동일인이었다. 산업화 시대의 분업화 구조에서 디자이너와 생산자로 분리됐다가 오늘날 디지털 제조 시대를 맞아 다시 통합되고 있다.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작가들이 모두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물로 만들어내고 있다. 창작과 제작을 함께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크라우드펀딩과 1인 미디어, 소규모 마켓 등이 이들이 활용하는 수단이자 무대다. 인큐베이팅 시스템, 멘토링, 워크숍 등은 이들을 키워내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저자들은 메이커 개념의 변천 과정과 함께 현재의 다양한 메이커 운동과 교육 실태 및 한계를 살펴본다.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담, 작업 사례, 현실적 고충 등 메이커 교육의 이론과 실제를 소개하고 문제점 등을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DIY(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직접 만드는 것) 문화, 손으로 만드는 노동에 대한 존중, 장인정신, 에드호키즘(필요성에 따라 가용자원으로 만드는 일) 등 잊혀진 공동체적 전통을 상기시킨다. 여러 디자이너와 제작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작업을 어떻게 변화 및 확장했는지 알려준다. 저자들은 이를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을 넘어서는 공동체적 제작 문화의 공유지를 넓혀가자고 주장한다. (구상권 외 4인 지음, 한울아카데미, 280쪽, 2만4000원)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