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 속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빨라지고 있다. 발병이 보고된 지 한 달 만에 확진자 수가 9개월간 이어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세계 감염자 수에 근접했다. 우한 폐렴이 본격적인 유행기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옌볜·티베트도 뚫렸다…'우한 폐렴' 中서 급속 확산된 네가지 이유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30일 0시 기준 전국 31개 성(省)·특별시·자치구에서 7711명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고 17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1737명, 사망자는 38명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이날 중 2003년 사스 때의 세계 감염자 수(8000여 명)를 추월할 전망이다.

중국에서 그동안 유일하게 확진자가 없었던 티베트에서도 한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옌볜조선족자치구에서도 투먼과 허룽에서 한 명씩 두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 전체 확진자 중 1370명이 위중한 상태이며 의심 환자는 1만2167명에 이른다.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은 8만8693명이며 이 가운데 8만1947명이 의료 관찰을 받고 있다. 중화권 등 중국 이외 국가에서도 확진자가 늘고 있으며 핀란드에서도 첫 감염자가 나왔다.

중국 정부가 인구 1100만 명의 우한과 인근 13개 도시까지 봉쇄하며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감염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크게 네 가지를 꼽고 있다.

(1) 중국 정부의 미흡한 초동 대처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많다. 우한시는 지난달 12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같은 달 31일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2주가 지나서야 진원지로 지목되는 화난수산물시장을 폐쇄했다. 춘제(春節·설) 연휴를 앞두고 시작된 대규모 인구 이동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의 위험성도 축소·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낮고 환자도 우한 내에서만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일본 등 외국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 18일부터 전국의 확진자 수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2) 공산당 독재에 따른 강력한 언론 및 인터넷 통제가 화(禍)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민심을 추스르는 대신 언론 보도 통제를 택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를 비난하는 소셜미디어(SNS) 글도 모두 삭제하고 있다. 중국 SNS에서는 우한, 폐렴, 사스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글은 전부 차단됐다. 우한 폐렴 확산으로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대중 여론에 대한 지침을 한층 강화하라”는 지시를 수차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 중국 정부가 확진자 수를 2744명으로 발표했을 때 공중위생 전문가인 닐 퍼거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교수는 1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3) 중국인들의 낮은 위생 관념과 취약한 의료 인프라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발병지인 우한에서는 22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어 23일 도시를 봉쇄하기 전까지 상당수 시민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쓰러진 환자를 방호복이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병원으로 이송하는 모습도 TV 화면에 많이 잡혔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를 제외하고 병실과 치료 장비, 의료진이 크게 부족한 것도 사태 악화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병상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주 완공을 목표로 우한에 1000개 병실을 갖춘 대형 응급병원 두 곳을 건설 중이다.

(4)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는 것도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WHO는 22~23일 긴급위원회를 열었지만 국제비상사태를 선포할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또 확진자가 13개국으로 퍼진 26일까지도 우한 폐렴의 글로벌 위험 수준을 ‘보통’으로 유지했다. 그러다 하루 뒤 단순 실수였다며 ‘높음’으로 수정했다. 에티오피아 출신인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2017년 중국의 지원 덕에 선출됐다. 중국은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워 개발도상국들을 상대로 지원 운동을 벌였다. 중국은 600억위안(약 10조원)을 WHO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