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는 대통령 직속 TFT 꾸려
30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아메리칸항공은 다음달 9일부터 3월 27일까지 로스앤젤레스(LA)에서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로 가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독일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도 중국을 오가는 여객기의 운항을 2월 9일까지 취소하기로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한국 항공사들도 중국 노선을 잠정 중단하거나 줄이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30일 오후 8시 기준 우한 폐렴 확진자가 7830명, 사망자가 17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1856명, 사망자는 38명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긴급위원회를 열어 우한 폐렴과 관련해 국제적인 비상사태를 선포할지 결정한다. 미국 정부는 우한 폐렴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태스크포스팀(TFT)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직속으로 꾸렸다고 밝혔다.日 이어 中노선도 닫힌다…항공사 살길찾기 '미로가 된 하늘길'
안갯속에서 '활주로' 찾는 항공업계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8개 항공사가 모두 중국 노선을 잠정 중단하거나 감편하기로 했다.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일본 여행 자제 운동 여파로 일본 대신 중국 노선을 늘린 항공업계는 갑작스러운 우한 폐렴 확산으로 중국 하늘길까지 자진 폐쇄하면서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하늘길도 닫혔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2일부터 인천~황산·장자제·창사·쿤밍, 부산~베이징·난징, 제주~베이징 등 7개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발표했다. 31일까지였던 우한 노선 운휴 기간도 3월 27일까지 연장했다. 인천~칭다오·선양 등 5개 노선도 감편할 예정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도 인천~구이린·하이커우·창사 등 3개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다른 노선의 추가 운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도 장자제, 싼야, 하이커우, 난퉁 등 6개 노선을 3월 말까지 운항을 중단할 계획이다.
지난해 일본 여행 자제 운동으로 일본 대신 중국, 동남아시아 노선을 늘린 항공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LCC들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인천~장자제 등 수요가 높은 중국 노선 운수권을 배분받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전염병 발생으로 에어서울은 인천~린이·장자제 등 2개 노선에 신규 취항한 지 두 달 만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해당 노선은 평균 탑승률이 70~80%에 이르는 ‘알짜 노선’이었다. 티웨이항공도 지난 21일 인천~우한의 첫 운항편을 당일에 취소하며 신규 취항을 연기했다. LCC업계 관계자는 “중국, 동남아 등 우한 폐렴이 발병하고 있는 곳에 LCC가 많은 노선을 보유하고 있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도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5일 국내 및 해외 단체관광을 금지한 데 이어 28일에는 개별적인 해외여행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업계에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항공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0일 기준 중국에서 확진자가 7700명을 넘어서는 등 사스 때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사스 발병 당시엔 전체 여객 수요가 1년 전보다 30~40%가량 감소했다.
하계 노선 확정도 비상
항공업계는 중국 노선 감축에 따라 남는 항공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인천~구이린 등에 투입되던 중형 여객기 A321 3대는 격납고에 대기 중이다. 방역 소독과 정밀 정비 후 동남아 등 다른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제주항공 등 LCC들도 임시편을 편성하거나 동남아 노선에 투입하는 등 급하게 항공기 활용 계획을 짜고 있다. 하지만 대체 노선에 투입하는 일도 쉽지 않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에 여유분이 없어 당장 증편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동남아 노선도 이미 포화 상태”라고 말했다.
오는 3월 말부터 시작하는 하계 노선 계획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반적으로 1월 말까지 항공사들은 각 지방항공청에 하계 노선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우한 폐렴 발병으로 기존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수요도 살아나지 않고 동남아 노선도 공급 과잉인 상태에서 노선 계획을 세우기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적자를 낸 항공업계는 올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4분기 8개 항공사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분기에 유일하게 영업이익(1179억원)을 낸 대한항공도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이동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일본 불매운동 영향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여객 수요 감소까지 겹쳐 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김재후/이선아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