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장외 집회에 참석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장외 집회에 참석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어느덧 더불어민주당의 '샌드백'이 됐다. 황 대표의 총선 출마지 관련 고심이 깊어지면서 어느덧 민주당 출마자들은 너도나도 황 대표 때리기에 나서며 '황교안 마케팅'에 나서기 시작했다.

김민석 전 새천년민주당(민주당 전신) 의원은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황 대표, 정 종로가 무서우면 영등포을로 오라"면서 "제 정치적 고향이자 여의도 정치의 본산인 영등포을에서 경선에 승리하고 기다리고 있겠다"고 도발을 하고 나섰다.

이어 "황 대표께서 여러 지역구를 갈팡질팡 저울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가치와 비전으로 화끈하게 승부하자"라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의 이같은 도발은 황 대표가 영등포을도 출마지로 고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이뤄졌다. 이같은 민주당 의원들의 황교안 마케팅은 수도권 지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서울 험지라고 안 하고 구태여 수도권 험지라고 표현한 것은 이를테면 안양 같은 곳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며 "꼭 내 지역구에 와서 한판 겨루자"고 제안했다.

용산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권혁기 전 춘추관장은 지난 8일 "골리앗을 맞는 다윗의 자세 용산을 지키겠다"면서 "용산과 강남 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 지역"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당에서 불출마를 종용받고 있는 영남의 중진의원들이 용산을 앞다퉈 선점하려 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한국당의 인식은 용산 주민들의 인정을 받기 어려우며 용산 주민들의 자존심이 결코 허락하지 않을 정치다. 용산을 마치 자신들의 도피처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을 지역구에서 활동 중인 전현희 민주당 의원 역시 같은날 "강남이 험지라는 한국당 대표 폭탄이 떨어져도 강남을 올곧게 지켜내겠다"면서 "부동산 정책과 종부세의 거센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고 민주당의 최전선 강남을 올곧게 지켜내겠다"며 굳은 의지를 피력했다.

황 대표가 현장 행보에 나서자 즉각 반응한 인사도 있다. 용산과 강남구을 출마설이 돌았던 당일 황 대표가 양천구 목동을 찾아 부동산 간담회를 갖자 이 지역에서 활동 중인 황희 민주당 의원 역시 발끈했다.

황 의원은 "(황 대표의 양천갑 출마설에) 긴장 안한다. (황 대표는) 정치판 한참 후배"라며 "나오면 25년간 몸담았던 모든 경험을 쏟아부어 세게 붙어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민주당 소속 인사들의 반응이 몸값을 부풀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가 지난 3일 험지 출마 선언을 했지만 좀처럼 출마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민주당 예비후보로 몸을 풀고 있는 출마자들이 황교안 마케팅을 통해 체급을 올리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여러 가지 안이 검토되고 보도가 나가자 가장 먼저 발끈하는 사람들이 민주당 인사들"이라며 "본인들이 패배하더라도 황교안과 싸워서 장렬히 전사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며 체급을 올리고자 하는, 과한 황교안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