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날 임 전 실장은 너무나 당당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검찰은 지난달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했지만 임 전 실장은 주변 만류에도 스스로 포토라인에 서서 입장을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저는 과거에도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피해를 받았다. 무죄를 받기까지 3년 동안 무리한 고통을 겪었다. 검찰이 하는 업무는 특성상 한 사람의 인생 전부와 그 가족의 삶을 뿌리째 뒤흔드는 일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검찰은 어떤 기관보다 신중하고 절제력 있게 남용함 없이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이번처럼 하고 싶은 만큼 전방위로 압수수색을 해대고 부르고 싶은 만큼 몇명이든 불러서 사건을 주선하고 법조문 구석구석 들이대면 몇명이든 기소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건 아니지 않냐. 이번 사건은 작년 11월에 검찰총장의 지시로 검찰 스스로 1년 8개월을 덮어뒀던 사건을 중앙지검으로 이첩할 때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됐다고 확신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그 기획이 그럴듯해도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바꾸지는 못할 거다. 정말 제가 울산지방선거에 개입했다고 입증할 수 있냐? 입증 못하면 누군가는 반성하고 사과하고 책임지는 거냐? 저는 우리 검찰이 좀 더 반듯하고 단정했으면 좋겠다. 내가 제일 세다. 최고다. 누구든 영장치고 기소할 수 있다. 제발 그러지 마시고 오늘날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빠져나가지 아프게 돌아봐라"고 비판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무리수를 뒀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임 전 실장을 이 사건의 '최종 결재자'로 판단해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검찰이 임 전 실장을 피의자로 전환한 것은 혐의 입증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이 지방선거 개입 의혹으로 29일 청와대 인사 등 13명을 무더기 기소한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검찰 간부들도 기소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익환 새로운보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임 전 실장, 피의자 출석이 아니라 총선출마회견인 줄 착각하시나?"라며 "피의자로 출석하는 것이 대단한 결단인 척 하는 것도 우습지만 개선장군도 혀를 내두르고 울고 갈 정도의 당당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발 선거공작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라면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 먼저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문재인 정권 사람들의 공통점은 잘못을 하고도 적반하장으로 대든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임 전 비서실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지레 겁먹어 감동적으로 정계은퇴 연출하더니, 추미애가 들어와 검찰의 손발을 묶어놓으니 슬며시 다시 기어나온다"고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