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검역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중국 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검역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중국 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따른 중국의 해외여행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중국인의 한국 입국자 수가 매일 1만2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한 폐렴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작년말 이후 현재까지 연인원 50만명이 넘는 중국인이 국내에 입국한 것으로 집계됐다.

30일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인 일별 입국자수는 지난 29일 1만2140명을 기록해 전일(1만2231명)보다 소폭 감소했으며, 전년 같은 날짜(1만4514명) 보다는 16.3%(2374명) 떨어졌다. 올들어 중국인 일별 한국 입국자수 추이를 보면 지난 24일까지 매일 1만5000명~2만명선을 유지하며 전년 동기보다 3000명~9000명 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 언론의 보도로 우한 폐렴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작년 12월 30일이후에도 3주 가량은 중국인 한국 입국자수가 전년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것이다.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제 연휴(1월24~30일)을 앞두고 관광객이 급증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25일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전년 동기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4일 1만5320명, 25일 1만3710명, 26일 1만2722명으로 떨어지며 현재 1만2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의 경우 중국 춘제 연휴가 다가올 수록 입국자수가 더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지만 현재 반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21일 우한 폐렴을 사스(SARS)에 준하는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하며 여행 및 이동 단속을 강화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23일부터 인구 1100만명 도시인 후베이성 우한에 대해 사실상 봉쇄령을 내렸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한 폐렴 발병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작년 12월30일)부터 지난 29일 현재까지 중국인 입국자는 총 51만589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41만4230명)보다 10만1660명 늘어난 수치다. 1월 전체 외국인 입국자 가운데 중국인 비중은 41%로 전년 동월(36%)보다 높아진 상태다.

이상달 법무부 이민정보과장은 “중국인 입국자는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여파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이후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번에 입국한 중국인은 대부분 춘제 연휴 등을 앞두고 관광목적으로 입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국인 연간 입국자수는 2015년 615만명, 2016년 82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사드 갈등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한류제한령) 영향으로 2017년 절반수준(439만명)으로 급락했다. 이후 2018년 503만명, 2019년 580만명(추정)으로 회복되는 단계다.

중국인 입국자수는 유학생 귀국의 영향으로 다음달부터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에서 유학하는 중국인 대학생·대학원생 수는 약 7만1100명이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이 2~3월에 입국한다.

중국은 30일 0시 기준 중국내 우한 폐렴에 따른 사망자는 170명, 우한 폐렴 확진자는 7711명이라고 발표했다. 우한 폐렴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6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 금지 조치 등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게시판엔 중국인 입국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으나, 특정 국가 국민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