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관광·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세계인들은 중국으로, 중국인들은 세계로 여행하는 것을 멈췄다. 업계에선 우한 폐렴이 ‘블랙스완(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충격)’이 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해외 단체 관광 중단 지시를 내렸으며 28일엔 개인 관광객의 해외 여행 자제 권고 조치를 내렸다. 중국인의 외국 여행 자체를 사실상 전면금지시킨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인 관광 의존도가 큰 국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시장분석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인 해외여행객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발 당시인 2003년 2000만 명에서 지난해 1억6600만 명으로 8배 넘게 늘어났다. 라지브 비스와스 IHS마킷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체 방문자 가운데 중국인 비율이 30%에 달하는 일본, 태국, 한국, 베트남 등의 여행산업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블랙스완’의 충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인 최고 선호 여행지로 꼽히는 태국에는 지난해 1050만 명이 찾아 170억달러(약 20조원)를 썼다. 태국 정부는 올해 관광 수입이 2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는 960만 명, 한국에는 600만 명의 중국인이 방문했다. 일본의 가모메여행사는 이번 우한 폐렴 사태 발발 이후 2만 명 규모인 480개 팀이 관광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호주, 스위스 등 수년간 중국인 관광 증가 덕을 봤던 국가들도 피해 규모 파악과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 중 한 곳인 트립닷컴은 단체관광 취소에 따른 계약금 환불을 위해 2억달러 규모의 충당금을 쌓기도 했다.

중국 여행산업 역시 초토화 일보 직전이다. 중국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1억43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에게서 올린 관광 수입은 1296억달러로 집계됐다.

하지만 올해는 우한 폐렴이 계속 확산하면서 중국 방문자도 상당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우한뿐 아니라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자체에 대한 운항을 중단했다. 춘제(설) 연휴 대목을 노렸던 중국행 또는 중국발 크루즈 여행도 10여 건 취소됐다. 자금성, 상하이·홍콩 디즈니랜드, 중국국립박물관 등 주요 관광지도 문을 닫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2년 11월~2003년 7월 사스 사태 당시 중국행 항공편은 70%, 호텔 숙박은 60% 감소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