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절반이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을 넘어섰다. 국민은행의 ‘1월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1216만원으로 조사됐다. 중위가격은 전체 주택을 매매가 순으로 나열할 때 중간에 있는 주택의 가격이다.

9억원은 세금 중과와 대출 규제를 가르는 기준이다. 1주택자라도 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9억원 초과 주택을 사면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주택보다 취득세(3.3%)를 1.1%포인트 더 부담해야 한다. 서울 등 규제 지역에서는 담보인정비율(LTV)이 축소되는 등 갖가지 규제를 받는다. 종합부동산세는 시가가 아니라 공시가격이 기준이긴 하지만 역시 9억원 초과(1주택자)일 때 부과된다. 정부가 주택 공시가격을 시세에 근접하게 끌어올리고 있어 아직 종부세 대상이 아닌 시세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의 상당수가 조만간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고가주택 기준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6억원 초과’에서 ‘9억원 초과’로 상향된 이후 12년째 유지되고 있다. 당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4억8084만원이었고, 고가주택은 약 10%에 그쳤다. 그동안 중위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른 만큼 고가주택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고가 아파트 급증이 상당 부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고가주택 기준 상향 요구를 마냥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18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지난 2년8개월간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3억518만원(지난 12년 상승분의 70.7%) 급등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12년 전 기준을 들이대며 서울 주택 보유자의 절반에게 세금·대출 등에서 각종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을 빨리 바로잡아 투기와 거리가 먼 대다수 1주택 보유자들의 고통과 불편을 덜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