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출신 계명대 박사가 쓴 신간 '대구경북의 사회학'
"TK 50∼60대 지배하는 감정은 보수주의적 가족주의"
한국 사회를 가르는 틀은 다양하다.

그중 유효한 잣대 하나가 지역이다.

선거를 치르면 한반도 남쪽에서는 동서 분열 현상이 비교적 뚜렷하게 일어난다.

이른바 'TK'라고 하는 대구·경북 지역은 국내에서 정치적 성향이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알려졌다.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다.

오는 4월 15일 제21대 총선에서도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물결이 예상된다.

하지만 대구·경북이 항상 보수적이지는 않았다.

1960년 2월 28일 대구 고등학생들은 야당 대선 후보 유세장에 가지 못하게 되자 시위를 벌였고, 이 행동은 4·19혁명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구·경북 정치 성향이 수십 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TK 사람들은 정말로 대부분 보수적일까.

신간 '대구경북의 사회학'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줄 수 있는 책이다.

경북 집성촌에서 태어나 대구 계명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최종희 씨가 대구·경북 지역에 사는 50∼60대 중산층 남성과 여성 각 5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담았다.

표본이 적어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감정과 서사는 대략 알 수 있다는 것이 저자 설명이다.

저자는 2∼3년간 서울에서 생활한 것을 빼면 50년 넘게 대구·경북에서만 살았다.

그는 TK 주민으로서 지역 문화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지만, 사회학자로서 추구하는 '학문세계'와 평생 살면서 느낀 '생활세계'가 상충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대구·경북 사람들의 습속(習俗·습관이 된 풍속)을 탐구하기 위해 면담을 진행했다.

사회학자 뒤르켐이 사용한 문화사회학적 접근으로, 관념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며 경험적인 연구 방식을 택했다.

2018년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가 대학교 복학생들을 만나 내놓은 신간 '복학왕의 사회학'과 접근법이 유사하다.

결론은 분명하다.

실제로 대구·경북 어르신들은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숭배하고, 머릿속에서 가부장제가 강력하게 작동했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박정희가 경제 성장의 주역이고 최고의 정치가라고 인식했다.

아울러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가부장이라고도 생각했다.

박정희를 비판하는 사람은 종북·빨갱이·불순 세력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들이 보수를 선호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세뇌가 되어온 사실이 보수니까.

보수적인 사상을 교육받아 왔으니까 그 사상에 세뇌됐다는 느낌이 들어. 북한 사람들처럼 우리도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 있어서 거기 그런(보수) 쪽으로 가는 것이 올바르다고 인식하는 거 아니겠나.

"(연구 참여자 발언)
저자는 TK 사람들이 공동체주의·왕조주의·국가주의 언어를 사용한다고도 지적한다.

그 기저에는 대구·경북이 대통령을 여럿 배출한 지역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그는 이러한 성향 때문에 대구·경북 사람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고 분석한다.

또 TK는 쉽게 배신하지 않고 의리를 중시하는 곳으로 자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인다.

다만 면담 대상자들은 성 평등에 대해서는 남녀가 다른 태도를 보였다.

남성은 과거에 겪은 남녀차별에 대해 무덤덤한 반응을 나타냈으나, 여성은 세세한 부분을 기억해 말했다.

저자는 연구 참여자 10명이 좋은 삶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좋은 삶을 안내하는 규범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좋은 삶을 위해 일상에서 행하는 바가 무엇인지 검토해 '보수주의적 가족주의'가 대구·경북의 공적 상징체계이자 습속이라고 결론짓는다.

이어 가족주의에 바탕을 둔 '친밀성 영역'이 삶을 구속하는 공간이 아니라 좋은 삶을 위해 내딛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제언한다.

오월의봄. 416쪽. 2만2천원.
"TK 50∼60대 지배하는 감정은 보수주의적 가족주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