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Universial Basic Income·UBI)을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반'에 이르는 방법처럼 보는 좌파들이 있다. 매우 쉬운 해결책 같아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온통 문제 투성이인 방법이다."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콜럼비아대에서 열린 제이콥 루 전 미국 재무장관과의 좌담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의 대선 경선 주자중 한 명인 앤드루 양은 파괴적 기술 확산에 따른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성인에게 월 1000달러씩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인기를 얻고 있다.
라구람 라잔 "기본소득, '열반'에 이르는 방법 아냐…문제투성이일 뿐"
라잔 교수는 기본소득 제도가 도입되려면 세금 인상의 벽부터 넘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큰 폭의 세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집에 머물며 경제 활동을 포기하는 사람이 잔뜩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잔 교수는 "사람들이 집에서 컴퓨터만 껴안고 산다면 어떻게 그들이 다시 바깥으로 나와 활동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성장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사람들이 직업을 통해 자아성취를 할 수 있게 하는 게 훨씬 낫다"고 설명했다.

세번째는 모든 일자리를 고비용 구조로 만들어 일자리 창출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봤다. 어떤 직업도 기본소득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줘야 사람들이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기술이 발전할 미래 어느 시점엔 도입될 수 있지만, 실업률이 3.5%에 불과한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루 전 장관도 "복지를 위해선 기본소득보다 더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로장려금(EITC) 제도 △최저임금 인상 △고용보험 확대 등을 예로 들었다. 루 전 장관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주고, 대학 등록금을 무료로 만드는 건 부자에게도 쓸데없는 돈을 나눠주는 비효율성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양적완화, 금리 인하 등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각국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루 장관은 “제로금리나 마이너스 금리는 연금소득자들의 미래 연금을 훔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경기를 부양하려면 국채를 발행해 쓰는 게 정공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은 자신에게 부담이 될 국채 발행보다 갚지 않아도 되는 돈처럼 보이는 중앙은행 돈을 쓰기를 좋아한다"면서 "하지만 중앙은행의 돈도 절대 공짜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2014년 호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 경험을 털어놨다. 당시 루 전 장관은 미 재무장관 자격으로, 라잔 교수는 인도 중앙은행 총재로 회의에 참석했다. 루 전 장관은 "참석자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수도 없이 토론하고 국채 발행이 정공법이라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며 "문제는 아무도 자기 나라에 돌아가 실천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혀 좌중을 웃겼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