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확진자 활동한 성북구, 일부 유치원 휴원
'신종코로나'에 맞벌이 시름 "어린이집 보내도, 휴업해도 걱정"
사건팀 =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11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하는 등 갈수록 신종코로나 사태가 확산하면서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맞벌이 부부 특성상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아이를 보내자니 불안하고 안 보내자니 대책이 없어서다.

특히 31일 여섯 번째 확진자의 딸이 어린이집에 교사로 근무해 해당 어린이집이 당분간 휴업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최선하(37)씨는 명절에 설을 쇠고 서울에 올라오면서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맞벌이다 보니 네살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불안한 마음에 당분간 친정어머니께 맡기기로 한 것이다.

최씨는 "사실 별일 없을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이 돼 어머니가 올라오셨다"며 "어머니도 몸이 좀 편찮으셔서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하는 박지원(38)씨도 이번 주는 다섯살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다.

신종코로나로 불안한데 마침 박씨가 방학이어서 직접 데리고 있는 것이다.

박 씨는 "이번 주까지는 일을 하지 않아 일단 데리고 있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대문구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관계자는 "7개 반이 있는데 반마다 어린이 30% 정도는 이번 주에 등교를 안 하고 있다"며 "등원하는 아이들도 마스크를 씌워 보내라고 안내하고 현장 체험이나 야외 활동도 실내교육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랑구 면목동의 한 어린이집 교사 원모(51)씨는 "전체 원아 51명 중 어제는 12명이 결석하더니 오늘은 16명이 안 왔다"며 "메르스 때보다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에 부모들의 불안감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다섯 번째 확진자가 성신여대CGV 영화관에 다녀가 영화관 영업이 중단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같은 성북구에 있는 일부 유치원은 휴원을 결정하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오모(36)씨는 "오늘 오전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근처에 나와 방역을 하려 한다'며 휴원 안내 문자를 보내왔다"며 "정상적인 수업은 못 하지만 긴급하게 돌봄 교실은 운영한다고 해서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집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아동을 조사해 등원을 막고, 외부인 출입도 최대한 차단하고 있다.

학부모에게는 꼭 아이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원하라고 공지하고, 어린이집 내에서도 교사와 아이들 모두 되도록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하고 있다.

등원 시에는 반드시 발열 체크를 하고 야외 활동은 모두 실내 활동으로 전환했다.

도봉구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 이모(46)씨는 "매일 아이들과 30분씩 산책을 하는데, 신종코로나 우려로 실내에만 있다"며 "한 시간 단위로 아이들 체온이 37.5도를 넘는지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신종코로나'에 맞벌이 시름 "어린이집 보내도, 휴업해도 걱정"
문제는 앞으로다.

그나마 지금은 어린이집이 운영되지만 앞으로 신종코로나가 더 확산해 어린이집이 집단 휴업하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맞벌이 부부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경기도에서만 도내 어린이집의 30%가 넘는 4천여개 어린이집이 집단 휴업하기도 했다.

이미 네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평택시는 지난 28일부터 이날까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4세 아이를 둔 손은진(35)씨는 "메르스 때처럼 어린이집이 집단 휴업을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맞벌이라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해 벌써 걱정된다"고 말했다.

6세 아들을 둔 워킹맘 김모(39)씨는 "아이들 안녕을 생각하면 집단 휴업도 꼭 필요하지만 그럼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돌볼지도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가 '국가적인 재난'이라고 판단한다면, 무급 휴가라도 상관없으니 맞벌이 가정에 조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