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보다 무섭다는 인구 감소가 현실화됐다. 지난해 11월 출생아가 44개월째 월별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며 사망자보다 적어 인구 자연 감소가 나타났다. 올해는 연간 단위로도 우리나라 인구가 자연 감소할 공산이 크다. 해마다 장기 체류 외국인이 4만~5만 명씩 늘고 있어 총인구 감소 때까지는 8~9년쯤 남았다지만, ‘인구절벽’이라는 시한폭탄에 불이 붙었다.

한국의 인구 감소에 대한 어두운 전망은 수없이 반복됐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급격한 저출산 및 고령화에 대한 진단과 우려도 차고 넘친다. 인구 감소의 본질 문제는 단순히 절대 인구가 줄어든다는 게 아니라, 생산활동 바깥에 있는 고령자가 단기간에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비가 줄어들고, 복지 지출 급증으로 조세부담이 늘어나고, 생산성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회로 전락하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유소년·고령자가 2017년 36.7명에서 2067년 126.8명이 된다는 통계청 분석에 활력을 잃고 늙어가는 경제구조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이제 걱정만 하고 있을 단계는 지났다. 최근 5년 동안만 134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이런 상황인 것을 보면 단순히 돈으로 해결해보려는 발상도 접어야 한다. 법적·행정적 제도 개선부터 사회적 분위기와 관행의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게 급증한 고령자에게 경제적 자립 기반을 확대해 주는 것이다. 고용과 노동제도 혁신이 무엇보다도 다급하다. 단순히 법으로 정년 연장을 강제하는 방식보다 고용과 임금의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능력 있고 의지도 있다면 누구라도 일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만 65세로 돼 있는 ‘노인’과 ‘경로우대’ 기준도 늘어난 수명에 맞춰 높이고 국가·사회적 재원을 좀 더 합리적으로 배분해나갈 필요가 있다. 정부가 어제 발족한 ‘제2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는 예산을 안 들이면서 가능한 방법부터 찾아보기 바란다. 관행과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지만, 당장 경제가 호전되면 결혼과 출산이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