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여중고, 제4회 내 생각 말하기 대회
"환갑 나이에 이룬 배움의 꿈, 다른 사람과 나누겠습니다"
"'중학교 졸업장 하나만 있어도 평생 소원이 없겠다'던 제가 고등학생이 된다는 걸 상상이나 했을까요.

이제는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배워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겠습니다.

"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염리동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열린 '제4회 내 생각 말하기 대회'에서 70대 만학도 이무선(71) 씨는 늦은 배움을 남들과 나누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성여중고는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80대 여성 만학도들이 중·고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다.

고등학교 3학년 최연수(63) 씨는 "10년 전 서른두 살 큰아들을 교통사고로 하늘나라에 보내고 슬퍼하던 중에 일성여고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며 "장애인 활동지원사 일을 하며 만난 부모가 없는 장애인을 딸이라고 생각하며 9년째 돌보고 있다"고 말해 청중에게 감동을 줬다.

최씨는 "대학에서 심리학과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남은 생에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사랑을 주며 값진 삶을 살고 싶다.

오늘도 내일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희소병인 다발성 골수증을 앓고 있다는 이명길(69) 씨는 "고등학교 예비소집일 전날 병원 앞에서 넘어져 앞니가 세 개나 부러지고, 지혈이 안 돼 다시 병원에 갔다"며 "그렇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신 학교에 올 수 없을 것 같아 멍투성이가 된 얼굴에 지팡이에 의지해 입학식에 참석했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해 최근 한 국립대 한문학과에 합격한 양경숙(60) 씨는 "서류전형 합격 후 청소년들과 같이 면접을 보러 갈 때만 해도 '이런 아이들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당히 합격했다"고 말했다.

일성여중고 개교 68주년을 기념해 이날 열린 '내 생각 말하기 대회'에는 교사와 재학생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만학도 학생 18명이 '꿈을 현실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