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중국 편들며 소극 대응해 화 키워…신뢰 추락
日·獨·英·佛 등 선진국선 중국 전역 '여행 제한' 조치
中 "해외체류 우한 주민 데려올 전세기 띄우겠다"
혼인신고 미루고 결혼식·연회 중단도 지방에 지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긴급위원회 회의 후 국제비상사태 선포를 발표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번 비상사태 선포의 주된 이유는 중국 외 다른 지역에서도 발병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바이러스가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로 퍼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국제 공조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190여 개 WHO 회원국은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한 공중보건 강화, 자금 및 의료진과 장비 등의 지원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첫 발생지인 중국과 감염 확산 지역에 대한 체계적 역학 조사도 이뤄진다.
WHO는 그러면서도 중국에 대한 여행·교역 제한은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번 선언은 중국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아니다”며 “중국의 전염병 통제 능력을 지속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감쌌다. 우한 폐렴이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처음 발병한 이후 이날까지 20여 개국에 바이러스가 퍼졌지만 WHO는 비상사태 선포에 소극적이었다. 발견 한 달이 다 된 지난 22일에야 긴급위원회를 소집했지만, 이틀에 걸친 회의 끝에 “국제비상사태를 선포할 단계는 아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일각에선 에티오피아 출신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2017년 신흥국 출신으로 처음 WHO 수장에 오르는 과정에서 중국의 도움을 받아 ‘중국 편들기’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28일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중국의 조처에 국제사회가 감사와 존경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WHO 지원금을 2014년 285만달러에서 2018년 631만달러로 두 배 이상 늘렸다.
WHO 결정 7시간 뒤 미국이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금지령을 전격 발령하면서 WHO는 체면을 구기게 됐다. 미국 국무부는 중국 전역을 여행 금지 지역으로 지정하는 최고 수준(4단계)의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북한 이란 이라크 소말리아 등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아예 가지 말라”는 게 미국 정부의 권고다. 미 국무부는 또 “현재 중국에 있는 미국인들도 중국 출국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미국은 27일 중국 후베이성에 4단계, 중국 전역에는 3단계인 ‘여행 자제’를 적용했다.
미국이 이처럼 중국 여행을 금지한 것은 미국 내에서 2차 감염이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미국에서의 우한 폐렴 확산을 우려해서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이 중국 우한을 여행하다가 우한 폐렴에 감염된 부인에게서 다시 감염됐다.
주요 선진국은 미국에 이어 중국에 대해 ‘사실상 여행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은 31일 중국에 대해 4단계 여행경보 중 2단계인 ‘불요불급한 여행 중지’를 발령했다. 또 후베이성에 대해선 ‘여행 취소’에 해당하는 3단계 경보를 내렸다. 독일 외무부도 중국 전역에 대해 불가피한 여행은 연기하고, 후베이성에는 가지 말라고 자국민에게 권고했다. 영국과 프랑스, 호주 등은 이미 중국 전역을 ‘여행 자제’ 지역으로 지정했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티베트자치구 라싸는 인근 도시 간 이동과 현(縣)급 이동, 농촌 지역 여객 운송, 관광 차량 운행을 중단했다.
중국 정부는 2일부터 시작하는 혼인신고 업무를 연기하라고 각 지방정부에 권고했다. 인원이 많이 모이는 결혼식과 연회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공고문을 배포하라고 지시했다. 우한 폐렴이 외국으로까지 번지자 해외에 체류 중인 우한 주민을 귀국시키기 위해 전세기도 투입하기로 했다.
강현우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kang@hankyung.com'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