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서 돌아온 교민 "기약 없는 봉쇄에 비하면 격리는 오히려 기뻐"
"가족과 국민을 위한 2주간 격리, 잘 견디려 합니다"
"기약 없는 봉쇄에 비하면 2주간 국내에서의 안전한 격리는 오히려 기쁘죠"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다른 교민들과 전세기로 들어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격리 수용된 안종현(33)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가족과 친구, 국민들을 위한 것이니 당연히 견뎌야 하고, 잘 견디려고 한다"며 "격리 뒤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가 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안 씨는 지난 16일 중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당시 우한에서 원인불명의 집단 폐렴이 발생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던 때다.

세계보건기구(WHO)조차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보는 등 위기감이 급박한 지금과는 같지 않았다.

안씨는 불안했지만, 입국 제한을 비롯한 별다른 조치가 없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족과 국민을 위한 2주간 격리, 잘 견디려 합니다"
그가 우한에 도착하자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며 급속히 늘어났다.

23일부터는 대중교통도 끊기며 도시가 봉쇄됐다.

한국으로 돌아가려 해도 공항이 봉쇄되면서 우한에 발이 묶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세기 출발이 한차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결국 안씨는 이날 오전 전세기에 오를 수 있었다.

탑승 전후 건강상태와 체온 점검 등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

전세기가 김포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하면서 안씨와 국내에 있던 그의 가족도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김포 공항에서 경찰 버스를 타고 경찰인재개발원에 도착하면서 2주간의 격리·수용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안씨가 머물 방은 원래 2인 1실이라 싱글 침대 두 개가 있다.

2주간 방은 혼자 쓴다.

개인 화장실과 테이블, 서랍장, 텔레비전이 갖춰져 있다.
"가족과 국민을 위한 2주간 격리, 잘 견디려 합니다"
안씨를 비롯해 경찰인재개발원에서 머물 200명의 교민은 물, 휴지, 샴푸, 빗, 손 소독제, 체온계 등 생필품도 지급받았다.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생필품 사진에는 빨간 목장갑도 눈에 띈다.

첫 식사로는 제공된 도시락을 먹었다.

안씨는 앞으로 2주간의 격리 생활은 '당연한 것'이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잠복기 14일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봉쇄가 풀리고 한국에 들어가더라도 집에 갈 생각은 없었다"며 "회사에 호텔을 마련해 스스로 격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할 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건이 조금 부족한 것만 빼면 쓸만한 것은 다 있고 이 정도면 딱 좋다"며 "장교로 입대했을 때 훈련소 생활관과 비슷해 훈련소에 다시 들어온 느낌"이라고 전했다.

교민들은 2주 뒤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보건교육을 받은 뒤 귀가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