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두 배 오른 신길뉴타운…59㎡ 아파트도 '10억'
서울 신길뉴타운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형 면적대 매매가격이 10억원 중반대를 넘어선 데 이어 소형도 10억원을 넘어섰다. 일대 새 아파트가 줄줄이 입주하는데다 신안산선 등 교통호재를 입은 영향이다.

31일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정보사이트인 클린업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입주를 시작한 신길5구역(보라매SK뷰)조합이 보류지 대한 입찰공고를 냈다. 지난달 입찰에서 매각되지 않은 2가구에 대한 공고다. 보류지란 조합이 일반분양을 하지 않고 예비분으로 남겨뒀다가 판매하는 땅이나 건물을 말한다. 조합은 전용면적 59㎡의 최저매각가격을 11억원으로 정했다. 전용 117㎡는 17억원이다.

일반분양가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급등한 금액이다. 2017년 분양한 이 단지의 전용 59㎡ 분양가는 5억2500만~5억7100만원선이다. 전용 117㎡의 분양가는 7억2800만~8억원대로 보류지 매각가가 10억원 가량 높다.

시세와는 큰 차이가 없다. 이 단지 전용 59㎡ 입주권은 지난달 10억4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 주택형의 호가는 12억원 안팎이다. 신길뉴타운 ‘대장 단지’로 꼽히는 ‘래미안에스티움(신길7구역)’ 같은 면적대는 11억1700만원에 거래돼 일대 최고가를 찍었다.

보류지 가격은 매각 과정에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경매처럼 최고가 입찰방식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세가 더욱 오른다고 보는 응찰자가 있을 경우 전용 59㎡와 117㎡의 낙찰가격은 각각 11억원과 17억원 이상이 될 수 있다.

앞선 입찰에서 같은 가격으로 나왔던 전용 59㎡는 4가구 가운데 3가구가 낙찰됐다 7층이 최고가인 11억79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한 가구가 나왔던 전용 117㎡는 유찰됐다. 최저 매각가격인 15억원을 넘어 강화된 대출 규제를 적용받는 탓이다.

분양가의 두 배 가격인데도 낙찰이 이뤄진 건 일대 집값이 급등한 영향이다. 신길동 일대는 과거 낡은 단독·다가구주택이 밀집해 있었지만 뉴타운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여의도 배후 주거지로 각광받았다. 지하철 7호선을 통해선 강남까지 이어진다. 교통호재의 영향도 있다. 광역전철인 신안산선이 착공에 들어간데다 신림선 경전철도 2022년 2월께 개통할 예정이다.

최근 청약에서도 이 같은 요인이 반영됐다. 지난달 청약을 받은 ‘더샵파크프레스티지(신길3구역)’은 187가구 모집에 2만1367명이 청약통장을 던져 11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당첨자들의 가점 커트라인은 64점을 기록했다. ‘래미안라클래시’와 ‘르엘대치’ 등 앞서 강남에서 청약을 받은 단지들과 같은 점수다. 64점은 3인 가족이 채울 수 있는 가장 높은 점수다. 자신과 배우자, 자녀를 포함한 부양가족 두 명(15점)과 무주택기간 15년(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17점)을 충족해야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일대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올해부터 새 아파트 4600여가구의 입주가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보라매SK뷰(1546가구)가 집들이를 시작한 데 이어 다음달엔 ‘신길센트럴자이(신길12구역·1008가구)’가 입주한다. 연말엔 ‘신길파크자이(신길8구역·641가구)’와 ‘힐스테이트클래시안(신길9구역·1476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올해 뉴타운의 퍼즐이 맞춰지는데다 교통호재의 영향으로 서울에서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질 전망”이라며 “새 아파트촌으로 바뀌는 입지적 여건을 고려하면 4~5년 전 마포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보류지 입찰에서 낙찰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자금조달 일정이 빠듯하다. 계약금 10%를 제외한 잔금을 오는 5월11일까지 납부해야 한다. 최저입찰가격으로 매각된다고 가정할 경우 전용 59㎡ 낙찰자는 3개월 안에 9억9000만원을, 전용 117㎡ 15억3000만원을 융통해야 한다. ‘12·16 대책’에 따라 11억짜리 전용 59㎡의 대출 한도는 4억원(9억원 이하분 담보인정비율 40%+9억원 초과분 20%)으로 줄었다. 전용 117㎡는 대출이 불가능하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