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에 미군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를 배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과 갈등 중인 이란 등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31일 알자지라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30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군은 중동에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이라크에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를 둘 수 있도록 허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패트리엇 미사일 배치 문제는 미국이 이라크 정부와 협력해 해결해야할 문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도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알자지라는 “에스퍼 장관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등은 그간 이라크에 패트리엇 미사일 체계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에스퍼 장관은 이라크 정부가 지금껏 미국의 요청을 승인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정부는 관련해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미군은 이달들어 고조된 이란과의 갈등을 의식해 이라크에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이란은 이라크 서부의 미군 주둔 군기지에 미사일을 쐈다. 당시 기지엔 탄도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공중 방어 체계가 없었다. 이 공격으로 미군 50여명이 외상성 뇌손상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미군이 주둔 중인 아인 알 아사드 군기지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있었다면 이란이 쏜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었겠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밀리 합참의장은 “패트리엇 포대는 공격 미사일을 격추하게 설계돼있으나, 완전히 성공했을 것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미국은 중동 일대에선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를 두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군은 당초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을 공격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이라크엔 미사일 포대를 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군이 이라크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조속히 배치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졸지에 미국과 이란간 갈등 사이에서 피해를 본 이라크에선 미군 등 외국군의 철수 여론이 높아서다. 이라크 의회는 지난 5일엔 이슬람 시아파 정당을 중심으로 외국군 철수를 요구하는 안을 결의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이라크 정부의 허가를 받은 이후에도 패트리엇 포대를 이라크로 이동시키기 위해 기계적이고 물류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