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 일상생활이 위축되거나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이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국민의 시각에서 최대한 상세하게 공개하기 바랍니다."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종합 점검회의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 같은 지시는 이날 저녁부터 무색해졌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저녁 6시30분 국내 일곱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다음날인 31일 오전 9시29분이 돼서야 공개했다. 환자가 발생한 지 15시간이 지난 뒤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종합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감염병을 잡는 특효약은 투명성이라고 늘 강조했는데 실시간으로 발표되고 공유되지 않으면 시민 불안을 키우게 된다"며 "시간을 다투는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큰 문제를 만든다"고 정부 태도를 비판했다.

이날 박 시장은 우한 지역에서 한국으로 입국해 서울시에 사는 외국인 명단도 아직 받지 못했다고 했다. "명단을 받지 못하더라도 서울시 간부들이 중국인이나 중국 동포가 묵을 만한 곳을 파악해달라"고도 지시했다. 정부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지자체들이 나서도록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 뿐 아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30일 오후 5시29분 국내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하고도 여섯 번째 환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감염됐는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여섯 번째 환자는 세 번째 환자로부터 감염된 국내 첫 2차 감염자다. 어디서 감염됐는지를 두고 국민들의 관심도 높았다. 이 환자가 방문했던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묵묵부답에 인터넷 SNS에는 환자 동선이 떠돌기 시작했다. 이들 중에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도 있었다. 확인을 요구하는 질문에 답이 없던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밤 9시16분 "여섯 번째 환자가 22일 세 번째 환자와 서울 강남구의 한일관에서 식사를 했다"고 기자단에 문자공지했다. 환자 발생 사실을 알린 지 4시간 만이다.

정부가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잘못된 정보들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대전성모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다녀갔다는 잘못된 정보가 SNS로 확산 되면서 홍역을 치렀다. 잘못된 정보 중에는 관할 소방서에서 유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도 있었다. 이 병원은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