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이 미국 부동산 개발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부지 매입부터 시행·시공까지 사업 전반을 총괄하며 디벨로퍼 역할을 수행한다. 건설사들이 선진국에서 주택 사업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그동안 주로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주택을 공급했다.
지난달 30일 반도건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착공한 한국식 주상복합 ‘더 보라 3710’. 반도건설이 해외에서 개발 사업을 하는 것은 두바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반도건설 제공
지난달 30일 반도건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착공한 한국식 주상복합 ‘더 보라 3710’. 반도건설이 해외에서 개발 사업을 하는 것은 두바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반도건설 제공
반도, LA에 한국식 주상복합

반도건설은 지난달 3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 중심에 ‘더 보라(The BORA) 3170’ 주상복합 아파트를 착공했다. 국내 건설사로는 드물게 미국 현지에서 땅을 사들여 시행·시공을 직접 수행하는 사업이다.

지하 1층~지상 8층, 252가구 규모다. 다운타운과 할리우드가 차로 10분 거리에 있어 입지가 우수하다는 평가다. 호바트 불러바드 초등학교, 서울국제공원 등도 가깝다. 사업비는 1억2000만달러 규모다. 준공은 2022년 5월 예정이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권 회장은 2017년 사업 초기부터 미국을 여섯 차례 방문하며 부지와 설계 도면을 직접 살폈다. 1980년 반도건설을 설립한 권 회장은 2010년 초부터 해외 사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2011년 ‘두바이 유보라타워’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서다. 이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75층 오피스타워와 16층 주거타워를 짓는 사업이다. 반도건설은 당시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부지 매입, 자금 조달, 시공, 분양 등 전 개발 과정을 총괄했다.

반도건설은 이번 미국 프로젝트 과정에서 인허가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이 까다로운 인허가 탓에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권 회장은 현지 법인을 설립해 해외 공사에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영입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과 달리 각 관청에서 건설 인허가를 받아야 해 애로 사항이 적지 않았다”며 “시공과 설계 분야별로 현지 전문가를 영입해 위험 요소를 줄였다”고 말했다.

반도는 한국식 아파트로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주상복합인 만큼 헬스장 독서실 미팅룸 등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야외 수영장과 야외 파티가 가능한 옥상 정원도 만든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국내 첨단 공법과 반도건설의 특화설계 등을 접목해 차별성을 높일 것”이라며 “2028년 LA올림픽 등 호재와 한국 주택 기술력의 우수성을 믿고 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반도, LA에 주상복합…미국 진출 사례 줄이어
벤처타운부터 도시정비까지

최근 들어 국내 건설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 발을 내딛고 있다. 국내 대표 디벨로퍼인 엠디엠그룹도 지난해 4월 LA 노스피게로아가 일대의 기존 창고 용지 8645㎡를 매입했다. 엠디엠그룹은 이곳을 젊은 1인 가구와 벤처기업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지상 5층 규모 임대아파트(150가구)와 공유형 창고, 오피스 등을 건설할 예정이다.

GS건설은 지난해 말 미국과 유럽의 선진 모듈러 업체 세 곳을 동시에 인수했다. 모듈러 공법은 레고 블록처럼 구조물을 쌓아 올리는 조립 공법이다. 이에 앞서 이 회사는 2016년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재건축 사업을 따냈다. 기존 208가구를 허물고 600가구 규모 아파트를 새로 짓는 사업이다. 단지명은 ‘실리콘밸리 자이’로 미국 땅에 처음 들어선 자이 아파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내 건설 경기가 나빠진 데다 중동 플랜트 수주 실적도 줄어들면서 미국 등 해외에 진출하는 건설사가 많아졌다”며 “미국 시장 진출은 국내 건설사의 기술력과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