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이라고는 밑기 힘들 정도의 부진이다. 한때 ‘골든 보이’ ‘차세대 황제’로 불렸던 조던 스피스(27·미국·사진) 얘기다.

세계랭킹 1위 자리를 26주씩이나 했던 그는 ‘톱10’ 진입은커녕 ‘커트 통과’를 목표로 뛰어야 할 처지가 됐다. 그는 지난 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파71·7269야드)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총상금 730만달러) 2라운드를 마치고 짐을 쌌다. 이번 시즌 첫 커트 탈락이다. 이틀 동안 그는 1오버파를 쳤다. 스피스는 경기를 마친 뒤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응원하러 온 친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싶었고, 주말에 경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퍼팅이 잘 되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사실 롱게임 쇼트게임 모두 안 됐다. 티샷 정확도가 57.14%로 둘 중 한 번은 페어웨이를 놓쳤다. 올 시즌 그의 티샷 정확도가 투어에서 239위(48.18%)에 올라 있으니 이번만 특별히 못 친 게 아니다. 아이언 정확도도 뚝 떨어졌다. 62.15%로 232위다. 이번 대회에서도 69.44%에 그쳤다.

그를 천재의 반열에 올려놓은 ‘퍼팅’ 역시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평균 2.771타를 퍼터로 까먹었고, 시즌 전체로는 0.378타를 놓쳤다. 퍼팅 실력이 전체 172위에 불과하다.

통산 11승을 쌓은 스피스는 59경기째 무승 행진이다. 2017년 디오픈이 마지막 우승. 그사이 세계 랭킹은 51위로 곤두박질쳤다.

프로골퍼 출신 스윙 전문가 트립 아이젠하워는 갈수록 휘고 있는 티샷에 주목했다. “티샷이 점점 러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전성기 때였던 2015년 페어웨이 끝 쪽에서 공이 벗어난 평균 거리는 25피트(7.62m) 정도였는데, 이제는 40피트(12.2m) 넘게 벗어난다. (이런 깊숙한 러프에선) 잘 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스틴 존슨(36·미국),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 타이거 우즈(45·미국)처럼 엄청난 힘으로 러프 속 공을 떠내 그린 위에 올려놓는 ‘파워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빨리 티샷 정확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안병훈(28)은 3라운드까지 12언더파 공동 8위에 올라 역전 우승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16언더파를 친 선두 토니 피나우(31·미국)와 4타 차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