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형사재판의 장기화 문제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앞으로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고 하면 피신조서를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 대신 사건관계인을 법정에 불러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 이 제도는 4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을 보면 앞으로 펼쳐질 장면을 유추해볼 수 있다”며 “수사기관과 피고인 사이 사실관계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가 클수록 재판이 무한정 늘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검찰이 제출한 참고인 진술조서가 위법하게 작성됐다며 증거 채택을 반대했다. 그러면서 230여 명에 달하는 증인에 대해 법정 신문을 요청했다. 그의 재판이 1년8개월째 진행되고 있지만 1심 선고가 나려면 최소 1년 이상 더 걸릴 전망이다.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한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형사 재판부의 인적·물적 충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소송촉진특례법상 형사재판의 경우 1심 선고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도 잘 안 지켜지고 있다”며 “판사를 더 뽑는 등 대책이 수립되지 않으면 국민의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더욱 제한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도 공판 업무를 담당하는 검사들의 업무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후속 대응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피신조서발(發) 변화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 판사는 “형사사건 절대다수는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보다 법리적 논쟁이 주를 이룬다”며 “사실관계를 다시 따져 재판이 지연되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법원도 지난해 5월 “피신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요건을 강화하더라도 형사재판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