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보다 무섭게 퍼지는 '중국인 혐오'…침 뱉고 출입 막고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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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감정 부추기는 日 방송
공항 추태·마스크 박스떼기 중계
亞 식당·상점들 "중국인 사절"
SNS선 "바이오 테러리스트"
호주 "쿠키 오염" 가짜 뉴스
유럽 곳곳 동양인 싸잡아 기피
공항 추태·마스크 박스떼기 중계
亞 식당·상점들 "중국인 사절"
SNS선 "바이오 테러리스트"
호주 "쿠키 오염" 가짜 뉴스
유럽 곳곳 동양인 싸잡아 기피
“저 사람은 우한 출신인데 어떻게 내가 한 비행기를 탈 수 있나….”
3일 일본의 한 민영방송 아침 프로가 도쿄 나리타공항에 집결해 귀국을 기다리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삿대질을 해가며 서로 큰소리로 다투는 장면을 보여줬다. 중국인끼리 상대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걸렸을지 모른다며 비난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전달한 것이다. 일본어 더빙 뒤로 언뜻언뜻 들리는 고성의 중국어에는 날이 서 있었다. 방송은 곧이어 도쿄 내 주요 드러그스토어에서 마스크를 박스째 사재기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비추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은연중 공공장소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고 자신만 생각하는 중국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한 폐렴 공포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전염병이 처음 시작된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혐오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선 중국인에 대한 차별이, 유럽 등 서구에선 동아시아인 배척이 노골화하고 있다. 우한 폐렴이 인종주의 공포에 불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아시아 각국의 대중 정서 속에는 중국 대 반(反)중국 기류가 뚜렷하게 그려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 홍콩, 베트남의 일부 식당과 상점에는 ‘중국인 거부’ 푯말이 붙었다. 한국과 일본에선 온라인 뉴스 댓글이나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혐중 메시지가 늘고 있다. 중국인에게 ‘바이오 테러리스트’라고 극단적으로 비난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주요 호텔 앞에서 ‘중국인 퇴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했고, 한국과 싱가포르에선 우한 폐렴 발생 직후 정부에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이뤄지기도 했다. 호주에선 ‘포천 쿠키가 (바이러스에) 오염됐다’는 가짜뉴스가 퍼졌고, 시드니의 한 카페에선 “우한 폐렴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입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이니까요”라는 문구를 게시해 사회문제화하기도 했다.
유럽에선 동아시아인 전반의 혐오로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에선 지방지인 르쿠리에피카르가 ‘황색 경보(Alerte jaune)’라는 인종차별적 헤드라인 기사를 내보냈다. 이탈리아에선 로마 산타체칠리아음악원이 동양인의 수업 참석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베네치아에선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현지 어린이들이 침을 뱉는 사건이 발생했고, 폼페이 등 주요 관광지에서 중국인 입장을 거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헝가리에선 베트남인 상점 주인이 ‘나는 중국인이 아니다’는 문구를 유리창에 내걸기도 했다.
런던과 파리 등 유럽 대도시에선 대중교통이나 상점에서 중국어가 들리면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자리를 피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우한 폐렴으로 중국 등 동아시아인에 대한 적대감이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기숙학교협회도 중국인 유학생이 혐오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이 같은 노골적인 혐중 감정의 표출은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중국을 경계하는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제적·군사적으로 중국이 부상하면서 주요국 국민의 중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우한 폐렴이 불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과거 중국인 관광객의 무례한 행보로 각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감정이 나빠진 점도 한몫했다. 주앙 랑엘 데 알메이다 웰컴트러스트 연구원은 “사회적 기류와 긴장을 극대화하는 데 질병만 한 소재는 없다”고 평가했다.
도쿄=김동욱/런던=강경민 특파원 kimdw@hankyung.com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한 폐렴 공포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전염병이 처음 시작된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혐오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선 중국인에 대한 차별이, 유럽 등 서구에선 동아시아인 배척이 노골화하고 있다. 우한 폐렴이 인종주의 공포에 불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아시아 각국의 대중 정서 속에는 중국 대 반(反)중국 기류가 뚜렷하게 그려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 홍콩, 베트남의 일부 식당과 상점에는 ‘중국인 거부’ 푯말이 붙었다. 한국과 일본에선 온라인 뉴스 댓글이나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혐중 메시지가 늘고 있다. 중국인에게 ‘바이오 테러리스트’라고 극단적으로 비난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주요 호텔 앞에서 ‘중국인 퇴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했고, 한국과 싱가포르에선 우한 폐렴 발생 직후 정부에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이뤄지기도 했다. 호주에선 ‘포천 쿠키가 (바이러스에) 오염됐다’는 가짜뉴스가 퍼졌고, 시드니의 한 카페에선 “우한 폐렴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입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이니까요”라는 문구를 게시해 사회문제화하기도 했다.
유럽에선 동아시아인 전반의 혐오로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에선 지방지인 르쿠리에피카르가 ‘황색 경보(Alerte jaune)’라는 인종차별적 헤드라인 기사를 내보냈다. 이탈리아에선 로마 산타체칠리아음악원이 동양인의 수업 참석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베네치아에선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현지 어린이들이 침을 뱉는 사건이 발생했고, 폼페이 등 주요 관광지에서 중국인 입장을 거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헝가리에선 베트남인 상점 주인이 ‘나는 중국인이 아니다’는 문구를 유리창에 내걸기도 했다.
런던과 파리 등 유럽 대도시에선 대중교통이나 상점에서 중국어가 들리면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자리를 피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우한 폐렴으로 중국 등 동아시아인에 대한 적대감이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기숙학교협회도 중국인 유학생이 혐오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이 같은 노골적인 혐중 감정의 표출은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중국을 경계하는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제적·군사적으로 중국이 부상하면서 주요국 국민의 중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우한 폐렴이 불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과거 중국인 관광객의 무례한 행보로 각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감정이 나빠진 점도 한몫했다. 주앙 랑엘 데 알메이다 웰컴트러스트 연구원은 “사회적 기류와 긴장을 극대화하는 데 질병만 한 소재는 없다”고 평가했다.
도쿄=김동욱/런던=강경민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