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추가 발전비용이 지난 3년간 총 3조2449억원에 달한다는 추계가 나왔다. 국가에너지통계 종합정보시스템을 인용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분석에 따르면 이 비용의 대부분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 증가 때문이다.

발전비용 증가는 멀쩡한 원전까지 가동을 중단시켰을 때 예고됐다. 특히 원전과 LNG발전이 역(逆)동조 관계여서 원전을 줄인 만큼 LNG발전이 늘어났다. 문제는 LNG발전 단가가 훨씬 비싸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원전 구입단가(㎾h당 56.40원)보다 LNG 단가(㎾h당 120.37원)가 두 배 이상 비쌌다. 이런 계산에도 정부는 “LNG 확대가 에너지전환 정책 때문이 아니다”며 뻔한 사실을 부인하기에 급급하다. 설사 탈원전을 고집하더라도 최소한 그로 인한 비용 증가는 인정하고, 계산서도 내놓는 게 그나마 좀 더 당당한 반핵(反核)정책 아닌가.

태양광·풍력으로 대체가 멀기만 하니 LNG로 전환하는 게 당장은 손쉬울지 모른다. 하지만 LNG도 원유만큼이나 국제 외교·안보질서의 영향을 받는 민감한 자원이다. 돈만 있다고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는 에너지가 아니다. 2017년 세계 1위 LNG 수출국인 카타르에서 LNG 수출이 중단될 뻔한 위기가 있었다. 세계 LNG시장의 3분의 1을 공급하는 카타르에 한국은 수입량의 37%를 의존하고 있다. 그해 세계 2위 LNG 수출국인 호주도 수출 물량 조절에 나설 기미를 보여 우리 경제인들이 대거 방문해 수출량 유지를 부탁해야 했다.

한국의 외교 역량은 LNG 물량 확보전이 벌어질 경우 대처할 수준이 되는가. 지금까지는 기존 공급 계약에 따라 물량 걱정은 덜했다고 치자. 앞으로도 장담할 수 있나. 그러면서도 “LNG를 확대하면 탈원전에 문제가 없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 기후변화 이슈는 논외로 치더라도, 그간 탈원전의 상세 비용과 향후 소요 예산에 대해 정부는 솔직히 밝힐 책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