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지역사회 확산 위험이 높아지면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의료기관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일 중국에서 한국을 찾은 의심 환자나 증상이 의심되는 환자는 우선 선별진료소를 찾도록 안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민간 선별진료소와 별다른 상의 없이 대책을 내놓은 데다 제대로 된 지침도 주지 않아 의료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3일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가 선별진료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가 선별진료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선별진료소 절반 이상 민간기관

3일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신고한 의료기관은 532곳(1일 기준)이다. 선별진료소는 감염병이 의심되는 환자가 병원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진료를 보는 장소다. 병원 내 감염병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이런 선별진료소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감염 환자들이 찾은 병원들이 무방비 상태였다. 이는 대규모 확산의 원인이 됐다.

4일부터 중국 입국자는 14일 안에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면 우선 선별진료소에서 진단 검사를 해야 한다. 선별진료소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환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하면 건강보험 진료비도 받을 수 있다. 지역사회 감염을 막는 첫 번째 방어벽인 셈이다.

국내 선별진료소의 절반 이상은 민간 의료기관이다. 국공립 의료기관의 비중이 작은 만큼 공공 기능의 상당 부분을 민간 병원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지침 등이 민간 선별진료소에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선별진료소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지침을 받은 게 없다”며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환자 발생 현황을 확인하는 게 전부”라고 했다. 마 위원장은 “감염내과 의사들이 공유하는 정보망에 일부 정보가 있다고 하는데 이런 내용이 지역 중소병원과 동네의원까지 공유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선별진료소' 우한폐렴 막는 전초기지인데…보건당국, 민간 진료소엔 운영지침도 안줬다
정부 소통 부재 지적도

정부는 선별진료소의 환자 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역 의료기관 등의 선별진료소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 선별진료소는 지난달 29일 487곳에서 사흘 만에 50여 곳 늘었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나오고 있다.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지역 중소병원의 한 관계자는 “선별진료소를 설치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도 의료기관의 갑인 보건소에서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설치했다”며 “설치한 뒤 담당 공무원이 와서 사진 한 번 찍고 간 게 전부”라고 했다.

의사들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가 일부 감염내과 의사와 공유하고 있는 정보를 모든 의사와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팀에 지역 의사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염 관리 업무를 담당한 의료기관들에 추후 환자가 발생해 생길 수 있는 손실 등을 보상해주겠다는 약속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도 정부의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질병관리본부가 소통 부재, 비밀주의, 폐쇄적 행정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고도 신속 정확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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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