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입국자 입국 연기 권고…"표 사지 말고 기다려달라"
입국자는 기숙사 자체격리 등 조치…각종 행사도 연기
오지 말라 할 수도 없고…6만9000여 중국 유학생 관리 어쩌나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는 가운데 방학과 명절을 맞아 본국으로 들어갔던 중국인 유학생들의 국내 재입국을 놓고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입국 연기, 격리 등 예방책을 세우면서도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정부가 뭔가 확실한 지침을 내려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대학 당국이 허둥대는 사이 한국인 학생들 사이에서는 단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한 중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중국인 유학생을 기피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으며, 이미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의 기숙사 분리 배정 등 격리 과정에서 인권 침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중국 학생은 6만9천287명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16만165명의 43.3%에 달하는 숫자다.

◇ '최대한 늦게 오라' 입국 연기 권고…수업 빠져도 출석 인정
대학들은 우선 아직 돌아오지 않은 중국인 유학생에게 입국 연기를 권고하고 있다.

강원대는 최근 중국인 유학생 386명에게 신종 코로나 잠복 기간을 고려해 입국 날짜를 가능한 늦춰달라는 안내문을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등으로 보냈다.

유학생이 입국하면 14일간 격리하고 이 기간 수업을 배제하는 대신 출석을 인정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인제대도 중국인 유학생 73명에게 입국 시기를 이달 말로 늦출 것을 권고할 예정이다.

150∼200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입국 예정인 경기 포천 대진대는 '비행기표를 사라'는 통보가 있기 전까지는 표 구매를 하지 말 것을 개별 통보한 상황이다.
오지 말라 할 수도 없고…6만9000여 중국 유학생 관리 어쩌나
부산외대도 중국인 유학생 600여명에게 이달 말 이후 입국을 권고하는 메일을 보냈다.

이처럼 대학들은 중국에 있는 유학생에게 잠복 기간을 고려해 입국을 연기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어 고민이 깊어진다.

갑작스러운 학교 측 통보에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전 지역 한 대학생은 "주말에 이메일로 갑자기 이런 사실을 알려 유학생들이 당황한 상황"이라며 "방역 대책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등 학교 측 일 처리에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 이미 입국했다면 자체 격리
입국 연기 권고에도 이미 국내로 들어온 중국인 유학생에 대해서는 자체 격리와 발열 감시 등 조처가 이뤄지고 있다.

청주대는 중국인 유학생 80%가량을 전수조사해 중국을 다녀온 학생 10여명을 확인했다.

잠복기를 지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은 자가 격리하도록 한 뒤 매일 오전·오후 두 차례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제천에 있는 세명대의 경우 중국인 어학 연수생 52명 중 본국을 방문했다가 입국한 27명을 조사한 결과 발열 등 증세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지만, 모두 유학생 기숙사에 분리 배정한 상태다.
오지 말라 할 수도 없고…6만9000여 중국 유학생 관리 어쩌나
중국인 유학생 460명이 중국을 다녀왔거나 입국 예정인 전남대는 우선 자가격리를 권유하고 불가피하게 학교에 나오는 경우는 교내 보건진료소에서 발열 검사를 받도록 했다.

부산대는 자체 발열 검사 결과 이상을 보이지 않은 중국인 유학생 7명을 기숙사 식당에서 다른 원생과 함께 식사하도록 했다가 반발이 일자 급하게 기숙사 방에서 밥을 먹도록 했다.

인하대의 경우 다음 달 개강을 앞두고 중국인 유학생 720명에게 별도 기숙사 동을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학생 행동 매뉴얼을 만들고 신종 코로나 셀프 체크 키트를 나눠주는 대학도 있다.

상황이 확산하자 한국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인 학생 이모(21) 씨는 "방학 내내 한국에만 있던 중국인 유학생은 상관없지만, 중국을 다녀온 유학생과는 강의를 받거나 식사를 하는 등 일상 생활을 함께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지 말라 할 수도 없고…6만9000여 중국 유학생 관리 어쩌나
◇ 졸업식·입학식 연기…학사일정 차질 불가피
잠복기가 지나지 않은 중국인 유학생과 다른 학생의 접촉을 막기 위해 졸업식, 입학식 일정도 연기하는 대학도 많다.

중국과의 교류 프로그램도 대거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재중 교포를 포함해 642명의 중국인 학생이 있는 청주대는 이날부터 14일까지 2주간 예정했던 계절학기 프로그램을 무기한 연기했다.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열릴 베이징 중영인 교육훈련학교 2차 실기면접도 무기한 연기했고, 다음 달 2일 예정된 한국어교육센터 개강도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조선대는 이달 중국으로 출국 예정이던 재학생 20명의 교류 프로그램을 다음 학기로 연기했다.

전북대 역시 다음 달 초 예정된 방중 외국인 초청 프로그램을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

매년 1천명 이상 참여한 졸업식도 이번에는 외부인사 초청 없이 100여명만 참석하는 단출한 행사로 축소했다.

전주대는 다음 달로 예정한 자매대학과의 단기 연수를 취소하고 교환학생 파견과 초청 등 중국 대학과의 교류를 무기한 연기할 예정이다.

창원대는 이달 예정된 졸업식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전면 취소했고, 경남대도 중국 유학생을 위한 동계 글로벌 단기연수를 이번에는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오지 말라 할 수도 없고…6만9000여 중국 유학생 관리 어쩌나
중국 우한시에 한중 합작 대학 캠퍼스(중남재경정법대학)를 둔 동서대는 최근 긴급회의를 열고 한국인 학생 42명이 6개월간 우한지역 문화를 체험하는 교류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부산외대 역시 졸업식, 입학식 등 학사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교직원 해외 출장과 1학기 예정된 중국 지역 학생 파견 프로그램을 2학기로 미뤘다.

국내 대학들은 이처럼 자체적으로 신종 코로나 감염 예방에 나서면서도 정부의 공식 대응 방침이 나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중국인 학생 관리를 대학 재량에 맡기면 형평성 문제 등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더 늦기 전에 교육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광무 전창해 조정호 박철홍 박영서 신민재 정경재 이재림 김선경 이덕기 변지철 우영식 김선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