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같으면 당장 퇴출…수요자 중심 발상 대전환해야
법원은 판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건의 증가와 공판 중심주의 정착 등을 주요인으로 든다. 그러나 판사들 사이에 공복(公僕)으로서의 사명감보다 개인의 삶을 더욱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게 보다 근본적 요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승진 기회가 줄어든 데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시행 등을 계기로 판사들 사이에 열심히 일할 의지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재판 지연의 피해는 고스란히 서비스 수요자인 납세자들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은 수년 동안 재판이 이어지며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은 지지부진한 재판이 해외 현장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규모 설비 투자 등을 결정하는 데 계속 타이밍을 놓치다 보니 기회손실이 점점 쌓여가고 있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입법부와 행정부도 다르지 않다. 입법을 책임진 국회는 납세자들의 부담을 키울 사회적 논란이 큰 사안에 대해 충분한 고민 없이 규제 입법을 남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국회 입법 발의 건수는 15대 1951건에서 20대 2만4353건(지난해 12월 23일 기준)으로 12.5배 불어났다. 20대 국회가 최근 발의한 법안 가운데엔 ‘12·16 부동산 대책’을 구체화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고가 주택에 대한 종부세율 상향), 소득세법 개정안(주택 실수요자가 아닌 경우 양도소득세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모두 납세자 부담을 키울 법안들이다.
여당과 정부의 합의하에 공청회 등 입법 중간과정을 대거 생략할 수 있는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됐다. 고소득자들에 대한 징벌적 세금이란 점에서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판사, 국회의원, 공무원 등의 월급을 지급하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거둬간 세금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소득에서 세금, 사회보험, 이자비용 등을 포함하는 비소비지출이 차지한 비중은 23.3%에 달했다. 2003년 통계 작성 후 최고치다. 세금 등 경상조세가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 가며 비용(세금)을 내고 있는데 돌아오는 것은 ‘불량 서비스’다. 민간기업 같았으면 당장 소비자들 사이에서 퇴출 명단에 오를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3부 구성원들만 모르는 듯하다. 서비스 수요자(납세자) 중심으로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