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지난해 2조4000억원을 웃도는 순이익을 올렸다. 2005년 금융지주 체제 전환 이후 최대 실적이다. 하나금융 내부에선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라는 우려도 나왔다. 전체 순이익의 대부분을 하나은행 한 곳에서 냈기 때문이다. ‘은행 쏠림’ 현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하나금융, 역대 최대 순이익…'은행 쏠림'은 고민
하나銀이 이끈 최대 실적

하나금융은 지난해 4분기 367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4일 발표했다. 연간으로는 순이익 2조40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7.8% 증가한 수준이다.

하나은행이 전체 금융그룹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2조1565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 전체 순이익의 89.5%를 차지했다. 양대 축인 이자 이익(5조4140억원)과 수수료 이익(8864억원)이 모두 전년보다 늘었다. 중소기업대출도 전년 대비 10.3%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비은행 계열사는 명암이 갈렸다. 하나금융투자는 전년 대비 84.3% 증가한 280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인수 주선 및 자문 수수료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55% 늘었다. 하나생명은 2018년보다 21.3% 증가한 23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대비 감소폭이 가장 큰 곳은 하나카드였다. 하나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47.2% 감소한 563억원에 그쳤다.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진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캐피탈(1078억원), 하나저축은행(161억원)의 순이익도 모두 1년 전에 비해 감소했다.

하나금융의 전체 실적은 개선됐지만 수익성 지표는 전반적으로 주춤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8년 말 8.87%에서 지난해 말 8.78%로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말 순이자마진은 1.68%로 2018년 말(1.85%)보다 0.17%포인트 줄었다.

증권 키우고 손보사 인수

이번 성적표엔 하나금융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하나은행을 제외하고는 ‘잘 키워놓은’ 계열사가 없다는 점이다. 신한금융이나 KB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는 은행 외에도 카드, 저축은행 등이 순이익을 뒷받침하면서 그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하나금융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하나금융은 은행 의존도를 낮추면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방안을 골몰하고 있다. 은행을 뒷받침할 확실한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계열사를 키우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하나금융엔 12개 계열사가 있다. 이 중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계열사로는 하나금융투자가 꼽힌다. 하나금융은 하나금융투자를 초대형 IB로 도약시킨다는 목표다. 하나금융은 이날 이사회에서 하나금융투자에 5000억원을 유상증자하기로 결의했다. 2018년 두 차례 유상증자한 것을 합치면 3년 새 1조7000억원을 하나금융투자에 투입하는 것이다.

하나금융이 지난달 교직원공제회의 자회사인 더케이손해보험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한 것도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더케이손보의 강점인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디지털 종합손보사를 키워보겠다는 의지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똑 부러진 계열사가 없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며 “4~5년 안에 해당 업권에서 1~2위를 다툴 정도의 경쟁력 있는 계열사가 하나 이상 나와야 지속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