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으로 모든 온라인 쇼핑의 시작점이 되겠다.”

지난달 30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한 말이다. 네이버가 e커머스 업계를 장악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출발점은 먹거리와 생필품.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자주 찾는 ‘장보기 대표 품목’으로 정했다. 지난 3일 네이버는 쇼핑 채널 ‘네이버쇼핑’ 내에 ‘특가창고’ 페이지를 열고 이들 상품을 따로 모아 팔기 시작했다. 카카오도 독자적인 장보기 서비스를 27일 시작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장 진입에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식품·생필품 전용관 ‘특가창고’

네이버쇼핑에 자리잡은 특가창고는 각종 먹거리와 생필품을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페이지다. 김치 과자 우유 생수 화장지 등 총 20개 카테고리에서 65개의 국내외 식품 및 생필품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한다. 브랜드를 갖고 있는 회사와 그 회사가 지정한 총판만 입점할 수 있다. 먹거리·생필품을 기획, 생산하는 업체들이 사실상 직접 네이버쇼핑에 들어오는 셈이다.

네이버쇼핑이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판매 전략은 ‘초특가’다. 특가창고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할인율은 정가 대비 10~50% 정도다. 매일 특정 브랜드 제품을 추가 할인하는 ‘오늘의 브랜드데이’ 행사와 특정 상품을 파격가에 내놓는 ‘특특가 상품’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네이버의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구매 금액의 2%를 포인트로 추가 적립해준다.

긴장하는 유통업계

네이버쇼핑의 먹거리 및 생필품 시장 진출에 유통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먹거리와 생필품은 반복 구매 비율이 높은 만큼 기존 e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는 쿠팡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온라인 판매 품목을 확대할 때마다 쿠팡이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e커머스 공룡’으로 꼽히는 쿠팡을 상대할 수 있는 곳은 네이버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 거래액은 약 17조771억원으로, e커머스업계 1위다. 네이버쇼핑이 15조7000억원 수준으로 그 뒤를 이은 것으로 추산된다.

네이버가 보유한 ‘네이버페이’의 위력도 무시할 수 없다. 네이버페이는 월 이용자 수가 1100만 명에 달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네이버쇼핑에서 물건을 구매한 뒤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최대 10%가량을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이렇게 쌓인 포인트는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해 소비자를 네이버쇼핑으로 불러모으는 주요 ‘무기’로 꼽힌다.

네이버쇼핑 관계자는 “특가창고에서 물건을 산 뒤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시 구매 금액의 최대 5%를 포인트로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경쟁 더욱 치열해질 전망

네이버가 시장에 들어옴에 따라 국내 장보기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로켓프레시’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로켓배송’으로 생필품 하루배송 시장을 키운 쿠팡과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강화하고 있는 쓱닷컴, 새벽배송 시장을 연 마켓컬리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강자인 네이버와 카카오, 배달시장을 지배하는 배민까지 뛰어들었다.

국내 배달 앱 시장 1위 업체 배달의민족은 최근 초소량 먹거리 및 생필품 즉시 배달 서비스 ‘B마트’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다. 편의점 CU는 배달 앱 요기요와 손잡고 올해 편의점 먹거리 및 생필품 배송 가능 점포를 5000개로 늘리기로 했다. 카카오는 이달 27일 가공식품, 농축수산물 등 먹거리를 직접 판매하는 ‘장보기' 서비스를 내놓는다. 2017년부터 이마트몰과 함께 운영하던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다.

업종을 넘나드는 시장 공세와 네이버의 도전에 대형마트는 또다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