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개발원 입소 딸 "안전하고 부족함 없어"…부모 "이웃에 베풀며 살겠다"
충북 진천에서 조그만 공장을 운영하는 A(67) 씨와 부인 B(61) 씨 부부는 요즘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상하이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중국 의사고시에도 합격한 C 씨는 2018년 2월 피부과 의사로 취업하면서 우한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병원 측이 아파트도 마련해 줄 정도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던 C 씨는 중국의 설날인 춘제(春節)를 앞둔 지난달 초부터 우한의 신종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다 우한이 마침내 봉쇄되면서 C 씨와 진천에 있는 그의 부모는 점점 불안해졌다.
지난달 26일 정부가 전세기로 우한 교민을 귀국시키기로 하고 1차 전세기 탑승자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면서 안도했던 C 씨와 가족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난달 30일 오후 이륙하기로 했던 전세기 출발이 중국 당국의 허가 지연으로 늦춰졌기 때문이다.
애타게 딸의 귀국을 고대하던 A 씨 부부를 힘겹게 한 것은 또 있었다.
우한 교민 수용시설로 확정된 진천과 아산 주민들이 정부 결정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반대에 심한 충격을 받았지만 원망할 수도 없어 온 가족이 기도하는 심정으로 밤을 지새우며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아버지 A 씨는 주민들에게 내색도 못 한 채 집 앞 나무에 '환영 집으로'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과 노란 리본 수십 개를 내걸고 딸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기도했다.
이들 부부의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1차 전세기는 마침내 31일 오전 8시 김포공항에 도착했고 '절대 반대'를 외치던 아산과 진천 주민들도 반대 현수막과 천막을 스스로 철거하면서 마음의 빗장을 열어 정부의 수용 결정을 받아들였다.
B 씨는 "우한에서 홀로 격리되다시피 한 생활을 하다 고국으로 돌아온 딸이 진천 인재개발원에 들어온 이후 '감사하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전했다.
도시락으로 받는 식사와 호두과자 등 간식은 질이 좋고 생필품도 부족함이 없다는 C 씨는 "짧은 시간에 완벽하게 교민 수용을 위해 준비하고 대처하는 것을 보면서 새삼 우리나라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부모에게 밝혔다.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생활하던 1차 귀국자 가운데 1명이 확전 판정을 받았지만, 진천 인재개발원에 머무는 교민들은 걱정하지 않는다는 내부 분위기도 C 씨는 전했다.
어머니 B 씨는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주민들은 불안감을 떨치고 교민들을 보듬어주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 가족 모두 정신적으로 성숙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더 베풀며 살아야겠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B 씨는 "매주 화요일 자원봉사활동을 하러 가는데 늦었다"며 기자와의 대화를 마치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