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테러로 추정되는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영국 남런던 스트레텀 지역 거리에서 무장 경찰이 경계를 서고 있다. (사진=EPA)
지난 2일 테러로 추정되는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영국 남런던 스트레텀 지역 거리에서 무장 경찰이 경계를 서고 있다. (사진=EPA)
영국 정부가 형기 절반을 채우면 자동으로 출소하는 현행 가석방 제도를 고쳐 테러범에 대해서는 이를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한다. 이 제도로 풀려난 테러범들이 최근 잇따라 다시 범죄에 나서자 근본적 대책 강구에 나선 것이다.

3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로버트 버클랜드 영국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테러범들의 자동 조기 가석방을 막기 위한 긴급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테러범에 대해서는 형기의 3분의 2 이상을 복역하고 가석방위원회 승인을 받은 뒤에만 가석방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오전 연설을 통해 "테러범들이 조기 가석방되고 있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며 "(테러범들이) 이같은 자격을 얻지 못하도록 필요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앞서 2008년 3년 이상의 장기 지역형을 받은 죄수가 형기의 절반을 복역하면 가석방위원회의 심사 없이도 가석방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교도소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고 죄수들의 사회적응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였다. 복역 기간 중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죄수들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90% 이상이 이 제도로 풀려나 '자동 조기 가석방 제도'라고 불리고 있다.

영국 정부가 테러범에 한해 자동 조기 가석방 제도를 폐지하려는 건 최근 이 제도로 출소한 테러범들이 잇따라 테러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 런던브리지에서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흉기 테러를 저지른 우스만 칸 역시 가석방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칸은 테러 관련 혐의로 2008년부터 징역을 살다가 약 1년 전 가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에는 테러 모의 혐의로 수감됐던 수데시 암만이 형기의 절반만 채우고 가석방된 지 1주일만에 런던 남부 스트레텀 지역에서 칼부림 난동을 벌여 3명이 다쳤다. 칸과 암만은 모두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두 사건 이후 시민단체 등은 자동 가석방 제도를 테러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