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010년 바이오 제약, 자동차 배터리 등과 함께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했던 의료기기 사업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의료기기 사업 분야에서 100년간 경험을 쌓은 ‘GPS(GE·필립스·지멘스)’의 장벽을 넘어서기가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의료기기 사업 GPS 벽에 부딪혀 '난항'…태양광은 사실상 중단
삼성전자는 2012년 3313억원을 들여 국내 1호 벤처기업이자 세계 5위 초음파 진단기 제조업체였던 메디슨을 인수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10년 뒤 삼성메디슨을 연매출 10조원을 달성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선언하는 등 의료기기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초음파 진단기기에 주력하는 삼성메디슨은 2016년까지 매년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2017년 소폭 흑자로 돌아섰지만 영업이익이 65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9월 영업이익도 27억원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선두권 업체인 GE·필립스·지멘스의 벽이 예상보다 높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GE와 지멘스가 점유한 고급 초음파 기술을 따라잡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안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의료기기의 특수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의사들이 의료기기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가 임상 데이터다. 글로벌 기업은 100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제품의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기록(트랙 레코드)이 풍부하지만, 삼성메디슨의 경우 축적된 데이터양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삼성이 의료기기 관련 사업을 잇따라 매각하면서 ‘사업 철수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삼성은 2015년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 제조업체 레이를 매각했다. 2018년에는 인체용 체외진단기기 업체 넥서스를 팔았다.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는 영상진단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태양전지 사업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소재부터 발전소까지 태양광 사업을 위한 수직 계열화 목표를 세웠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삼성SDI가 2014년 태양전지 사업에서 철수하고, 이듬해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던 삼성정밀화학이 롯데에 매각되면서 삼성의 태양광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고재연/임유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