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2억 대신 월세 100만원"…전셋값 안정세 착시 부르는 '반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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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중심, 전세 보증금 대신 월세 달라 증가세
세입자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계약
시장에선 "매물절벽…전세가 감당할 세입자도 거의 없다"
세입자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계약
시장에선 "매물절벽…전세가 감당할 세입자도 거의 없다"
"전셋값이 안정됐다고요? 보증금을 2억원 올려주겠다고 해도 집주인이 전세계약 갱신을 거절하던데요. 결국 월세 100만원을 추가로 주고 겨우 재계약을 했습니다."
강남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에 살고 있는 세입자 박 모씨(44)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달 전셋집 재계약을 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주기로 하고 계약서를 썼다. 박 씨는 "월세를 끼고 세를 내놔도 거래가 잘되는데 집주인 입장에선 굳이 전세로 재계약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전셋값 안정세'에 대한 주장을 한 데 대해 시장 현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선 반전세·반월세 등 전세보증금과 함께 매달 월세를 내는 거래가 늘고 있어서다. 전세매물이 잠기고 가격이 폭등하면서 나온 현상인데, 전세가격 통계에는 반전셋값 증가세가 잡히지 않아 실제보다 왜곡되는 착시가 생긴다는 것이다.
◆"강남 전셋값 안정 추세라고?…글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강남 4구 전셋값 증가율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근거는 통계다. 홍 장관은 “1월 넷째 주 통계를 가지고 있는데 첫째·둘째·셋째 주보다 증가율이 현저히 낮아졌다"며 "1월 중순 (증가율이) 0.15∼0.2% 상승했지만 넷째 주에는 0.05%로 전체적으로 안정 추세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또한 지난달 주택가격동향조사에서 서울 전세가격의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반박하는 등 전세가 안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한국감정원의 주간 주택가격동향조사에 의하면, 1월 4주 기준 서울 및 강남4구의 전세가격 주간 변동률은 각 0.05%로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겨울철 이사 수요 마무리 등 계절적 요인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전세가격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주장처럼 실제 전셋값은 안정되고 있을까. 시장에서는 전세 품귀 현상에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강남 대치동 등 학군 인기 지역에서는 작년 11월부터 전세 매물 자체가 귀해지면서 두세달 새 전셋값이 2억원 이상 폭등했다.
대치동 K공인 대표는 "오전에만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의 문의 전화가 5~6통은 걸려왔다"며 "매물은 잠기는데 자사고 폐지, 정시 확대 등으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면서 전세 호가는 매일 오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남 반전세 상승률은 역대 최고치
정부가 내세운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주인들이 반전세·반월세 등 전세보증금과 함께 매달 월세를 받는 거래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건수는 작년 10월(1만1280건)에서 12월 8320건으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금의 일부를 월세로 받는 보증부월세(일명 반전세) 거래는 1437건에서 1717건으로 약 20% 증가했다.
대치동 T중개업소 대표는 "종합부동산세가 많이 나와서 부담이 된다며 기존에 내놨던 전셋집을 반전세로 전환한 집주인이 여럿 있다"며 "지금 나온 세 매물 10건 중 9건이 월세나 반전세"라고 했다. 따라서 서울 세시장 현황을 파악하려면 반전세 추이를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에서 전세금의 일부를 월세로 받는 반전세 가격의 지수 변동률이 지난달 0.23% 상승해 최근 4년 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는 반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이 지난달 0.52% 상승해 역대 최고치인 2015년 9월 월간 변동률을 따라잡았다.
서울 전용 60㎡ 초과~85㎡ 이하 주택의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전월세 전환율·한국감정원 기준)하면 3.8%(12월 기준) 수준이다. 전세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바꾼다면 월 32만원(연 380만원)가량 된다는 뜻이다. 강남 인기지역일수록 전반적으로 월세가 부담이 많아 수치가 높다.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대치동, 반포동 등 강남 인기지역 전용 59㎡나 84㎡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은 4.8~6% 정도다.
◆"반전셋값 상승세 당분간 지속될 것"
시장에서는 당분간 반전세 거래가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시장이 수요 대비 공급난이 심화하는 매물부족 현상이 커지면서 '집주인 우위'로 급변한 탓이다. 집주인들은 전세보증금을 늘리기보다 월세를 받는 편이 택하고 있다.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종부세율까지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이 무거워지면서 집주인들이 이를 월세로 충당하려는 분위기도 반전세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 오는 6월 보유세 납부를 앞두고 종부세가 또 대폭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늘어나는 세금만큼 전셋값과 월세가 올라 세입자 부담이 높아지고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초구 T공인 관계자는 "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전세계약 갱신을 할 때 가격 상승분 만큼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집주인들이 꽤 있는데 거주 유지를 원하는 세입자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라며 "전세 물건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세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월세 계약을 수용할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강남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에 살고 있는 세입자 박 모씨(44)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달 전셋집 재계약을 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주기로 하고 계약서를 썼다. 박 씨는 "월세를 끼고 세를 내놔도 거래가 잘되는데 집주인 입장에선 굳이 전세로 재계약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전셋값 안정세'에 대한 주장을 한 데 대해 시장 현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선 반전세·반월세 등 전세보증금과 함께 매달 월세를 내는 거래가 늘고 있어서다. 전세매물이 잠기고 가격이 폭등하면서 나온 현상인데, 전세가격 통계에는 반전셋값 증가세가 잡히지 않아 실제보다 왜곡되는 착시가 생긴다는 것이다.
◆"강남 전셋값 안정 추세라고?…글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강남 4구 전셋값 증가율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근거는 통계다. 홍 장관은 “1월 넷째 주 통계를 가지고 있는데 첫째·둘째·셋째 주보다 증가율이 현저히 낮아졌다"며 "1월 중순 (증가율이) 0.15∼0.2% 상승했지만 넷째 주에는 0.05%로 전체적으로 안정 추세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또한 지난달 주택가격동향조사에서 서울 전세가격의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반박하는 등 전세가 안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한국감정원의 주간 주택가격동향조사에 의하면, 1월 4주 기준 서울 및 강남4구의 전세가격 주간 변동률은 각 0.05%로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겨울철 이사 수요 마무리 등 계절적 요인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전세가격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주장처럼 실제 전셋값은 안정되고 있을까. 시장에서는 전세 품귀 현상에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강남 대치동 등 학군 인기 지역에서는 작년 11월부터 전세 매물 자체가 귀해지면서 두세달 새 전셋값이 2억원 이상 폭등했다.
대치동 K공인 대표는 "오전에만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의 문의 전화가 5~6통은 걸려왔다"며 "매물은 잠기는데 자사고 폐지, 정시 확대 등으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면서 전세 호가는 매일 오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남 반전세 상승률은 역대 최고치
정부가 내세운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주인들이 반전세·반월세 등 전세보증금과 함께 매달 월세를 받는 거래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건수는 작년 10월(1만1280건)에서 12월 8320건으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금의 일부를 월세로 받는 보증부월세(일명 반전세) 거래는 1437건에서 1717건으로 약 20% 증가했다.
대치동 T중개업소 대표는 "종합부동산세가 많이 나와서 부담이 된다며 기존에 내놨던 전셋집을 반전세로 전환한 집주인이 여럿 있다"며 "지금 나온 세 매물 10건 중 9건이 월세나 반전세"라고 했다. 따라서 서울 세시장 현황을 파악하려면 반전세 추이를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에서 전세금의 일부를 월세로 받는 반전세 가격의 지수 변동률이 지난달 0.23% 상승해 최근 4년 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는 반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이 지난달 0.52% 상승해 역대 최고치인 2015년 9월 월간 변동률을 따라잡았다.
서울 전용 60㎡ 초과~85㎡ 이하 주택의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전월세 전환율·한국감정원 기준)하면 3.8%(12월 기준) 수준이다. 전세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바꾼다면 월 32만원(연 380만원)가량 된다는 뜻이다. 강남 인기지역일수록 전반적으로 월세가 부담이 많아 수치가 높다.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대치동, 반포동 등 강남 인기지역 전용 59㎡나 84㎡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은 4.8~6% 정도다.
◆"반전셋값 상승세 당분간 지속될 것"
시장에서는 당분간 반전세 거래가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시장이 수요 대비 공급난이 심화하는 매물부족 현상이 커지면서 '집주인 우위'로 급변한 탓이다. 집주인들은 전세보증금을 늘리기보다 월세를 받는 편이 택하고 있다.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종부세율까지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이 무거워지면서 집주인들이 이를 월세로 충당하려는 분위기도 반전세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 오는 6월 보유세 납부를 앞두고 종부세가 또 대폭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늘어나는 세금만큼 전셋값과 월세가 올라 세입자 부담이 높아지고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초구 T공인 관계자는 "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전세계약 갱신을 할 때 가격 상승분 만큼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집주인들이 꽤 있는데 거주 유지를 원하는 세입자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라며 "전세 물건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세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월세 계약을 수용할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