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4일 중국산 부품 조달 차질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울산공장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4일 중국산 부품 조달 차질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울산공장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4일부터 11일까지 울산 등 국내 공장 가동을 차례로 중단한다. 7일부터는 국내 공장이 ‘올스톱’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중국산 부품 재고가 바닥나면서 ‘도미노 셧다운’ 사태에 맞닥뜨렸다.

공장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현대차는 물론 국내 부품업체들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우한발 쇼크’가 자동차에 이어 배터리, 가전,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국내 산업계 전반을 덮칠 것이란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틀 후…현대車 국내 全공장 멈춘다
현대차 노사는 4일 실무협의를 열고 국내 공장별·생산라인별 휴업 방안에 합의했다. 11일까지 국내 전 공장의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날 울산 5공장의 2개 생산라인 중 1라인의 가동을 멈췄다.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G90, G80, G70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포터를 생산하는 4공장 2라인 가동도 중단했다.

5일부터는 코나와 벨로스터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가동을 멈춘다. 울산 5공장 2라인(투싼, 넥쏘)과 전주공장 트럭 생산라인은 6일부터 가동을 중단한다. 7일부터는 울산 아산 전주 등 국내 전 공장이 휴업에 들어간다. 제네시스를 포함해 그랜저 쏘나타 싼타페 등 현대차의 전 차종 생산이 중단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른 생산 차질 규모는 3만 대(약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사는 휴업 기간 근로기준법에 따라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부품 조달을 늘릴 계획”이라며 “중국 협력업체의 공장 가동이 재개될 경우 부품 조달 기간을 최대한 줄여 조업 정상화 시기를 앞당길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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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국내 공장 ‘올스톱’ 사태에 직면한 이유는 중국에서 들여오는 전선 제품인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 재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완성차 한 대에 부품 2만여 개가 들어가는 자동차 생산공정 특성상 주요 부품 한두 개만 빠져도 조립 라인을 세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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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링 하니스는 자동차 조립 초기 공정에 설치하는 부품이다. 차체 바닥에 모세혈관처럼 와이어링 하니스를 깔고 그 위에 다른 부품을 얹어 조립한다. 완성차 업체들은 통상 국내 공장 재고를 1주일치만 확보해왔다. 차종과 세부모델(트림)에 따라 배선 구조가 제각각이어서 호환이 불가능하고, 종류가 많아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이 부품 상당수를 1차 협력업체인 유라코퍼레이션과 경신, 티에이치엔(THN) 등의 중국 현지 공장에서 조달했다. 이들 업체의 중국 공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사태로 오는 9일까지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상태다. 공장 재가동 시기를 늦춰달라는 중국 지방 정부의 요청 때문이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줄줄이 국내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멈추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화성공장과 광주공장 생산량 조절을 위한 일시적 감산에 들어갔다. 재고량이 충분하지 않아 조만간 공장 가동을 중단하게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쌍용자동차는 부품 부족으로 이날부터 12일까지 경기 평택공장 생산라인을 멈춰 세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도 비상 수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중국 정부가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 내 공장 휴업 기간을 더 연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내 자동차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완성차업계의 휴업 기간이 늘어나면 관련 부품사들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배터리, 가전,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국내 산업계 전반에 연쇄 타격이 이어질 것이란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이 부품 수입처 다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품질, 가격 등이 맞지 않아 당분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원재료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달 말께 중국산 부품 재고가 바닥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에서 시작된 생산 중단 사태가 향후 가전,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다른 업종으로 퍼져나갈 경우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