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파트 사면 '편법증여' 의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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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산 10억 집에 부모가 5억 전세 산다?
17억 부모집, 딸에게 5억 싼 12억에 팔았다?
작년 8~10월 거래 1333건 중
670건 탈세의심…국세청 통보
17억 부모집, 딸에게 5억 싼 12억에 팔았다?
작년 8~10월 거래 1333건 중
670건 탈세의심…국세청 통보
20대 A씨는 작년 6월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를 샀다. 그는 부모를 임차인으로 등록하고, 임대보증금(전세금) 형태로 4억5000만원을 받았다. 또 금융회사에서 대출금 4억5000만원을 끌어왔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는 데 들어간 A씨 돈은 통장에 있던 1억원이었다. 국토교통부는 A씨와 그의 부모를 임대보증금 형태의 편법 증여 의심사례로 국세청에 통보했다. 앞으로 가족 간 주택 거래 중에서 증여세 탈루가 의심될 경우 국세청이 정밀 검증할 수 있다. 법인을 앞세운 주택 구입도 감독기관의 검증을 거치게 된다. 국토부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서울시, 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실거래 합동조사팀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 지역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 2차 결과를 발표했다.
“부모 자식 간 임대차 계약, 편법 증여 의심”
합동조사팀은 서울에서 작년 8~10월 신고된 주택 거래 1333건을 전수조사해 절반에 달하는 670건을 탈세 의심사례로 분류하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이번 2차 조사 대상에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비중이 508건(38.1%)으로 가장 많았다. 고가 주택을 사면서 부모로부터 자금을 편법으로 증여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이다. 앞서 언급된 A씨는 부모에게 전세를 준 집에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또 전세 계약을 하기 두 달 전부터 부모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정상적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고 해도 임대보증금 형식을 빌린 편법 증여로 의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 집에 같이 살면서 부모에게 전세를 주는 등 통상적이지 않은 거래”라고 설명했다.
B부부는 작년 10월 서초구의 아파트를 20대 자녀에게 12억원에 팔았다. 하지만 국토부가 판단한 이 집의 시세는 17억원이었다. 합동조사팀은 이 부부가 양도소득세 등 세금 납부액을 줄이면서 자식의 주택 구입 부담도 줄일 목적으로 시세보다 5억원 낮은 가격에 판 것으로 봤다. 5000만원으로 17억원짜리 아파트를 산 사례도 있었다. C씨는 작년 8월 강남구의 17억원짜리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9억5000만원을 끼고 샀다. 이때 부모에게 5억5000만원을 빌리고 신용대출 1억5000만원을 받았다. 5000만원만 C씨 돈인 것이다. 국토부는 부모로부터 돈을 빌릴 때 차용증을 쓰지 않은 사실을 잡아내 편법증여 의심사례로 국세청에 통보했다.
김한영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조사를 앞두고 국세청에서 친족 간의 거래가 있다면 증여세 면제한도 이하라 해도 통보해달라고 요청해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의심사례 조사 뒤 대출금 회수 조치
기업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 기업인들도 다수 적발됐다. 전자상거래업을 하는 E씨는 서초구의 21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이때 은행에서 선순위 가계 주택담보대출로 7억원을 받고 상호금융조합에서 후순위 개인사업자대출 5억원을 받았다. 현재 E씨는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후순위 개인사업자대출은 투기지역에서 주택 구입 목적으로 받을 수 없다. 국토부는 대출금지 규정 위반, 용도 외 유용 등을 의심해 금융위에 통보했다.
국세청에 통보된 탈세 의심사례 670건을 주택 가격대별로 보면 9억원 이상이 267건(39.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억원 미만이 203건(30.3%), 6억~9억원은 200건(29.9%)이었다. 대출 규정 위반 사례는 94건으로 9억원 이상 주택 거래가 62건(66.0%), 6억원 미만은 19건(20.2%), 6억~9억원은 13건(13.8%)이었다. 금융위는 의심사례 조사 뒤 대출금이 유용된 것으로 확인되면 대출금 회수 등을 조치할 계획이다.
3억원 이상 주택도 자금출처 조사
오는 21일부터는 국토부가 대응반을 통해 서울은 물론 경기 과천과 세종시 등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직접 조사에 나서며 활동 영역을 넓힌다.
3월에 주택 마련 자금조달계획서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되는 부동산실거래법 시행령 등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응반은 전국으로 조사 대상을 더 넓힌다. 개정된 부동산실거래법 시행령 등에 의해 주택 구입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이 기존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 거래에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 거래로 대폭 확대된다.
정부의 고강도 조사는 전국 단위로 확대된다. ‘부동산거래신고법’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각각 오는 21일, 다음달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날 부동산 실거래 집중 조사와 각종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한 직접 수사를 전담하는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박선호 국토부 1차관 직속으로 설치해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응반에서 15명 규모의 특별사법경찰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지정된 부동산 특사경 480명과 함께 합동 수사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21일부터 집값 담합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부모 자식 간 임대차 계약, 편법 증여 의심”
합동조사팀은 서울에서 작년 8~10월 신고된 주택 거래 1333건을 전수조사해 절반에 달하는 670건을 탈세 의심사례로 분류하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이번 2차 조사 대상에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비중이 508건(38.1%)으로 가장 많았다. 고가 주택을 사면서 부모로부터 자금을 편법으로 증여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이다. 앞서 언급된 A씨는 부모에게 전세를 준 집에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또 전세 계약을 하기 두 달 전부터 부모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정상적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고 해도 임대보증금 형식을 빌린 편법 증여로 의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 집에 같이 살면서 부모에게 전세를 주는 등 통상적이지 않은 거래”라고 설명했다.
B부부는 작년 10월 서초구의 아파트를 20대 자녀에게 12억원에 팔았다. 하지만 국토부가 판단한 이 집의 시세는 17억원이었다. 합동조사팀은 이 부부가 양도소득세 등 세금 납부액을 줄이면서 자식의 주택 구입 부담도 줄일 목적으로 시세보다 5억원 낮은 가격에 판 것으로 봤다. 5000만원으로 17억원짜리 아파트를 산 사례도 있었다. C씨는 작년 8월 강남구의 17억원짜리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9억5000만원을 끼고 샀다. 이때 부모에게 5억5000만원을 빌리고 신용대출 1억5000만원을 받았다. 5000만원만 C씨 돈인 것이다. 국토부는 부모로부터 돈을 빌릴 때 차용증을 쓰지 않은 사실을 잡아내 편법증여 의심사례로 국세청에 통보했다.
김한영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조사를 앞두고 국세청에서 친족 간의 거래가 있다면 증여세 면제한도 이하라 해도 통보해달라고 요청해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의심사례 조사 뒤 대출금 회수 조치
기업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 기업인들도 다수 적발됐다. 전자상거래업을 하는 E씨는 서초구의 21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이때 은행에서 선순위 가계 주택담보대출로 7억원을 받고 상호금융조합에서 후순위 개인사업자대출 5억원을 받았다. 현재 E씨는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후순위 개인사업자대출은 투기지역에서 주택 구입 목적으로 받을 수 없다. 국토부는 대출금지 규정 위반, 용도 외 유용 등을 의심해 금융위에 통보했다.
국세청에 통보된 탈세 의심사례 670건을 주택 가격대별로 보면 9억원 이상이 267건(39.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억원 미만이 203건(30.3%), 6억~9억원은 200건(29.9%)이었다. 대출 규정 위반 사례는 94건으로 9억원 이상 주택 거래가 62건(66.0%), 6억원 미만은 19건(20.2%), 6억~9억원은 13건(13.8%)이었다. 금융위는 의심사례 조사 뒤 대출금이 유용된 것으로 확인되면 대출금 회수 등을 조치할 계획이다.
3억원 이상 주택도 자금출처 조사
오는 21일부터는 국토부가 대응반을 통해 서울은 물론 경기 과천과 세종시 등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직접 조사에 나서며 활동 영역을 넓힌다.
3월에 주택 마련 자금조달계획서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되는 부동산실거래법 시행령 등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응반은 전국으로 조사 대상을 더 넓힌다. 개정된 부동산실거래법 시행령 등에 의해 주택 구입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이 기존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 거래에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 거래로 대폭 확대된다.
정부의 고강도 조사는 전국 단위로 확대된다. ‘부동산거래신고법’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각각 오는 21일, 다음달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날 부동산 실거래 집중 조사와 각종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한 직접 수사를 전담하는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박선호 국토부 1차관 직속으로 설치해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응반에서 15명 규모의 특별사법경찰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지정된 부동산 특사경 480명과 함께 합동 수사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21일부터 집값 담합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