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원인 '짜맞춘' 결론?…'실적 방전' 속타는 배터리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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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차조사결과 6일 공개
삼성SDI·LG화학의 항변
"젤리롤 3개라 불량?
불에 타 3개만 남은것
해외선 화재난 적 없어"
삼성SDI·LG화학의 항변
"젤리롤 3개라 불량?
불에 타 3개만 남은것
해외선 화재난 적 없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배터리업계가 정부의 2차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사단이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결함’을 지목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다. 화재 사태의 영향으로 지난해 실적이 곤두박질친 배터리업계의 올해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꾸린 ‘ESS 화재 2차 조사단’은 6일 화재 원인과 대응 방안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8월 30일~10월 27일 발생한 다섯 건의 ESS 화재다. 쟁점은 화재 원인을 배터리 불량으로 결론짓느냐다. 경남 김해에서 난 화재 사건을 두고 조사단이 배터리 불량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젤리롤(배터리 셀 기본 단위)’ 논란이다. 조사단은 화재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를 조사한 결과 배터리 내부에 4개가 장착돼 있어야 할 젤리롤이 3개만 있었기 때문에 제조 공정상 결함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장에 배터리를 납품한 배터리 업체는 즉각 소명에 나섰다. 각종 실험을 토대로 젤리롤 한 개가 화재로 소실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젤리롤 3개짜리 제품은 불량이기 때문에 제조 공정을 통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식탁 다리가 4개였는데, 하나가 불에 타 3개만 남은 것을 두고 식탁 다리가 3개였기 때문에 불이 났다고 하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23건의 ESS 화재에 대한 1차 조사 결과 및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조사단은 배터리보호시스템 미흡 등 네 가지 요인을 지목했으나, 배터리 셀 결함 자체는 화재 원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대책 발표 이후에도 화재 사고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2차 조사단을 꾸렸다. 2차 조사단은 1차 때와 다른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배터리 결함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체들은 “수많은 ESS 생태계 속에서 배터리 업체만 총대를 메는 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배터리 외에도 ESS를 구성하는 전력변환장치(PCS)와 운영시스템(EMS),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종합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배터리를 납품하는데 해외 ESS 설치 사업장에서는 발화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점도 ‘배터리 책임론’을 반박하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사단 관계자는 “ESS 운영환경, 통합 보호·관리체계, 배터리 결함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각적인 원인 분석을 하고 있다”며 “‘프레임 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지속되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배터리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275억원의 적자를 냈다.
삼성SDI의 4분기 실적도 전년 동기보다 91.9% 급감한 201억원이었다. 이들 기업의 실적이 악화한 것은 ESS 화재로 인한 불확실성 탓이다. 지난해 LG화학은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ESS 사업장에 충전율을 70%로 낮춰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한 사업주의 손실에 대해 약 1000억원을 보상금으로 집행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화재안전대책 마련 목적으로 충당금 3000억원을 설정했다. 조사 결과가 배터리 결함으로 결론 난다면 ‘리콜’ 가능성까지 있어 비용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삼성SDI는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특수소화시스템을 개발해 자사 배터리가 사용된 ESS에 무상 적용했다. 이를 위해 최대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비용이 4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ESS 화재 사태에 발목이 잡힌 사이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은 최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순이익 추정치를 전년보다 20∼45% 늘어난 40억6000만∼49억1000만위안(약 6864억∼8294억원)으로 제시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꾸린 ‘ESS 화재 2차 조사단’은 6일 화재 원인과 대응 방안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8월 30일~10월 27일 발생한 다섯 건의 ESS 화재다. 쟁점은 화재 원인을 배터리 불량으로 결론짓느냐다. 경남 김해에서 난 화재 사건을 두고 조사단이 배터리 불량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젤리롤(배터리 셀 기본 단위)’ 논란이다. 조사단은 화재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를 조사한 결과 배터리 내부에 4개가 장착돼 있어야 할 젤리롤이 3개만 있었기 때문에 제조 공정상 결함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장에 배터리를 납품한 배터리 업체는 즉각 소명에 나섰다. 각종 실험을 토대로 젤리롤 한 개가 화재로 소실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젤리롤 3개짜리 제품은 불량이기 때문에 제조 공정을 통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식탁 다리가 4개였는데, 하나가 불에 타 3개만 남은 것을 두고 식탁 다리가 3개였기 때문에 불이 났다고 하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23건의 ESS 화재에 대한 1차 조사 결과 및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조사단은 배터리보호시스템 미흡 등 네 가지 요인을 지목했으나, 배터리 셀 결함 자체는 화재 원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대책 발표 이후에도 화재 사고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2차 조사단을 꾸렸다. 2차 조사단은 1차 때와 다른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배터리 결함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체들은 “수많은 ESS 생태계 속에서 배터리 업체만 총대를 메는 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배터리 외에도 ESS를 구성하는 전력변환장치(PCS)와 운영시스템(EMS),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종합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배터리를 납품하는데 해외 ESS 설치 사업장에서는 발화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점도 ‘배터리 책임론’을 반박하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사단 관계자는 “ESS 운영환경, 통합 보호·관리체계, 배터리 결함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각적인 원인 분석을 하고 있다”며 “‘프레임 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지속되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배터리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275억원의 적자를 냈다.
삼성SDI의 4분기 실적도 전년 동기보다 91.9% 급감한 201억원이었다. 이들 기업의 실적이 악화한 것은 ESS 화재로 인한 불확실성 탓이다. 지난해 LG화학은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ESS 사업장에 충전율을 70%로 낮춰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한 사업주의 손실에 대해 약 1000억원을 보상금으로 집행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화재안전대책 마련 목적으로 충당금 3000억원을 설정했다. 조사 결과가 배터리 결함으로 결론 난다면 ‘리콜’ 가능성까지 있어 비용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삼성SDI는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특수소화시스템을 개발해 자사 배터리가 사용된 ESS에 무상 적용했다. 이를 위해 최대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비용이 4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ESS 화재 사태에 발목이 잡힌 사이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은 최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순이익 추정치를 전년보다 20∼45% 늘어난 40억6000만∼49억1000만위안(약 6864억∼8294억원)으로 제시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