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을 채용할 때 같은 성적이면 여성을 우선적으로 선발했습니다. 성비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죠.”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가 최근 수시인턴 채용을 마치고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글로벌 투자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여성의 사회참여도를 고려하는 투자자가 늘어나자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기업 내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여성 직원 비중을 높이는 것도 이런 움직임의 일환이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의 한국오피스 여성 직원 비율은 작년 12월 말 기준 49%에 달한다. 맥쿼리그룹은 전 직군에서 채용 후보에 여성을 꼭 포함시키도록 하고 이사회와 관리자급에서도 여성 인력을 적극 발탁하고 있다. 30% 수준에 머물던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작년 3월 36.4%로 높아졌다.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이 39.1%에 달한다. 회사가 자체 지원하는 대학원 과정에는 여성 참여 비율이 52%로 절반을 넘는다.

맥쿼리그룹 관계자는 “호주에서는 이미 투자자들이 성비가 불균형한 기업의 성장성에 의문을 품는다”며 “전사적으로 여성 채용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성비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별도의 인력도 뒀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인사부서 밑에 ‘다양성과 포용(Diversity & Inclusion)’이라는 이름의 팀을 두고 여성인력을 포함해 구성원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 여성의 날 행사나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트랜스젠더) 퍼레이드에 참가하도록 독려한다. 맥쿼리그룹은 ‘성공의 기본은 다양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글로벌 다양성 전략’을 명문화해 시행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미미하다. 1월 말 기준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금융투자업계 종사자 중 펀드매니저(22.5%)와 애널리스트(26.7%) 모두 여성 비율이 30% 미만을 나타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