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 기업들과 함께 독자적인 5세대(5G) 이동통신기술을 개발한다. 이 분야 1위 기업으로 꼽히는 중국 화웨이의 독점을 저지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백악관이 5G 통신 네트워크를 위한 첨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기술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의 계획은 미국 기업들이 미국의 5G의 설계와 인프라를 모두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5G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모든 통신장비에서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델, AT&T 등이 이 계획의 일원이며, 핀란드의 노키아와 스웨덴의 에릭슨 등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5G 기술의 강자로 부상한 화웨이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MS와 델은 현재 기존의 많은 장비를 대체할 클라우드 능력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장비가 중국 정부를 위한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며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켜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제한했다. 또 우방과 동맹국에 화웨이 퇴출을 압박해왔다. 커들로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하나의 단순한 5G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느냐'는 언급을 지속해왔다"면서 미국의 자체 5G 기술개발 노력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WSJ은 그러나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글로벌 리더 자리를 뺏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화웨이의 최고보안책임자인 앤디 퍼디는 "미국 또는 유럽 기업들이 5G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선 관련 특허를 활용하기 위해 우리와 먼저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의 지식재산권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미국의 5G 기술이 기능과 안정성 측면에서 화웨이보다 1~2년 뒤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WSJ에 따르면 미 상원은 중국의 5G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업체에 1조원대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초당적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