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관광객도 '뚝'…신종코로나 '경계' 단계 격상 후 내국인 관광객 25% 감소
"오늘은 승객이 0명인 중국발 항공기도 있네요." 5일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가 중단된 지 이틀째를 맞은 제주국제공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여파는 쉬이 가실 줄 몰랐다.
이날 낮 12시 12분께 제주에 도착한 상하이(푸동공항)발 항공편 승객은 0명. 도착 시각에 맞춰 도착장 앞을 서성거렸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릴 줄 몰랐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께 도착한 상하이(푸동공항)발 항공편 승객도 겨우 9명에 그쳤다.
이들은 바로 직전 도착한 방콕발 항공편 승객 사이에 섞여 눈 깜짝할 새 도착장에서 사라졌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어제(4일)에 이어 오늘도 중국발 항공기가 텅 비어, 마치 전세기 같다"며 "이틀째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사증 입국자가 많았던 것이 체감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발 항공편 중 홍콩에서 출발하는 항공기는 사정이 나은 축에 속했다.
이날 오전 11시 58분께 도착한 홍콩발 항공편은 승객 41명을 싣고 제주에 왔다.
하지만 중국인 외 다른 국적의 여행객이 대부분이었다. 이 항공편을 타고 남자친구와 함께 제주로 여행 온 20대 홍콩인 여성은 "중국어를 사용하는 승객은 별로 없고, 대부분 히잡을 둘러 이슬람 국가 출신으로 보였다"면서 "신종 코로나 이후 입국 절차가 복잡해졌지만, 대기 줄이 짧아 불편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항공편에는 홍콩을 경유해 제주로 온 인도네시아 단체 관광객 20여 명이 탑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무사증 입국 제도가 중단된 전날 제주에 온 중국인은 모두 156명으로, 이중 제주∼중국 직항편으로 입도한 중국인은 71명이다.
올해 중국 춘절 연휴 기간(1월 24∼27일)에만 중국인 8천900여명이 제주를 방문한 것과는 대비 되는 수치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제주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된 외국인은 없다.
중국인으로 장사진을 이루던 국제선 출발장도 텅 비어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가 됐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오는 3월 28일까지 제주와 중국을 잇는 18개 노선 149편 중 121편(81.2%)이 중단·감축 운영되고 있다.
썰렁한 분위기는 국내선 출·도착장도 매한가지였다. 평소라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국내선 출·도착장은 여느 때와 달리 한산했다.
어디서도 긴 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 신종 코로나 여파에 제주도에 입도하는 내국인도 덩달아 줄고 있다.
전날 제주를 찾은 내국인은 1만7천600명으로 전년(2만8천400명) 대비 42.6% 감소했다.
또 신종 코로나 위기경보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입도한 내국인은 19만9천800명으로 작년(26만6천600명) 대비 25% 줄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비자 없이 제주에 도착해 최장 30일까지 머물 수 있도록 한 무사증 입국제도를 4일 0시부터 일시 중단했다.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107만9천133명 중 무사증 입국 중국인은 약 74%인 79만7천312명이다.
제주도는 무사증 입국제도가 일시 중단됨에 따라 올해 전체 중국 관광객의 74%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