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발 쇼크’가 국내 완성차 및 관련 부품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오는 11일부터 부산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현대모비스, 금호타이어 등 주요 부품업체도 잇달아 휴업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따라 ‘중국산 부품 공급 중단→국내 완성차업체 셧다운→국내 부품회사 가동 중단’으로 이어지는 연쇄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르노삼성, 11~13일 가동 중단…현대모비스·금호타이어도 휴업
5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11일부터 사흘간 부산공장 가동을 멈춘다. 중국 업체 10여 곳에서 들여오는 전선 제품인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 물량이 이번주 바닥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춘제 연휴로 공장을 멈췄던 중국 업체가 연휴가 끝나는 10일 이후 정상 가동할 계획이라고 알려왔다”며 “사흘 정도 준비 기간을 거쳐 14일께부터 정상 조업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업계 ‘맏형’인 현대자동차는 지난 4일부터 순차적으로 국내 공장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7일부터는 울산·아산·전주 등 국내 공장이 ‘올스톱’된다. 생산 차질 규모만 3만 대(약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자동차도 화성공장과 광주공장 생산량 조절을 위한 일시적 감산에 들어갔다. 재고량이 충분하지 않아 조만간 공장 가동을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자동차는 부품 부족으로 4일부터 12일까지 평택공장 생산라인을 멈춰 세운다. 한국GM도 일부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 중이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자동차 조립 초기 공정에 설치하는 부품이다. 국내로 들여오는 와이어링 하니스의 87%가 중국산이다. 완성차업체들은 통상 국내 공장 재고를 1주일치만 확보해왔다.

파장은 자동차 관련 부품업계로 번지고 있다. 완성차업체 생산라인이 멈춰서면서 부품업체들도 줄줄이 공장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현대모비스는 4일부터 11일까지 울산 모듈 공장의 생산라인을 세운다. 금호타이어도 8일부터 이틀간 광주·평택·곡성공장 문을 닫는다. 한국타이어 역시 생산 물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 내 공장 휴업 기간을 더 연장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난이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부품 공급이 연쇄적으로 끊길 공산도 크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와 굵직한 부품사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영세 업체들은 곧바로 자금난과 부도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